2005.04.11 03:17

월터 아버지

조회 수 326 추천 수 16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19세기 중엽 아일랜드를 감자기근이 휩쓸고 간 얼마 후 월터 아버지는 세상 무서울 것 하나 없는 열 아홉 살 청춘에 조국을 저버리고 미국으로 이민 온다. 월터 아버지는 몇 년 지나 뉴욕시 전차 운전수로 운 좋게 취직이 되고 몸매 늘씬한 아이리쉬 극장주인 딸과 결혼하여 자식 여덟을 두는데 그 중 넷은 일차세계대전 직후 유행성 독감으로 죽고 월터를 포함해서 넷만 살아 남는다. 당시 뉴욕시에 전차가 없어지면서 버스가 처음 생길 무렵이라 전차 운전수들은 너도 나도 버스 운전수 자격증을 따는 일이 급선무. 월터 아버지는 대망의 버스 운전 실기시험을 며칠 앞두고 쉰 일곱 살에 당뇨병 합병증으로 세상을 떠난다. 그때 월터 나이 열 넷. 근래에 항우울제를 복용 중인 여든 두 살의 월터는 이른 아침 현관에서 노란 금테가 번쩍이는 전차 운전수 모자를 눌러 쓰고 조금씩 침을 뱉어 가며 구두를 반질반질하게 닦는 아버지를 그리워 한다. 추운 겨울 저녁이면 코밑 황제수염에 송알송알 서리가 맺히는 월터 아버지가 나도 그립다. © 서 량 2003.09.11 (현대시학, 2005년 4월)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571 매지호수의 연가 오영근 2009.04.25 673
570 내 가슴에 비 내리는데 강민경 2009.04.13 514
569 삶이란 성백군 2009.04.13 459
568 나의 탈고법 김우영 2009.04.04 674
567 내가 지금 벌 받는걸까 강민경 2009.04.04 671
566 호객 성백군 2009.04.01 429
565 하얀 꽃밭 김사빈 2009.03.12 552
564 모의 고사 김사빈 2009.03.10 451
563 믿음과 불신사이 박성춘 2009.02.21 427
562 개펄 강민경 2009.02.19 317
561 - 전윤상 시인의 한시(漢詩)세계 김우영 2009.02.15 480
560 생명책 속에 박성춘 2009.02.07 355
559 가르마 성백군 2009.02.07 384
558 태양이 떠 오를때 강민경 2009.01.31 269
557 열쇠 백남규 2009.01.28 86
556 일 분 전 새벽 세시 박성춘 2009.01.24 277
555 가장 먼 곳의 지름길 file 박성춘 2009.01.22 202
554 개펄 풍경 성백군 2009.01.22 86
553 정원에 서있는 나무 강민경 2009.01.20 298
552 선인장에 새긴 연서 성백군 2009.01.09 352
Board Pagination Prev 1 ... 81 82 83 84 85 86 87 88 89 9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