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10월 숲이
단풍 들었네요
올 한 해 잘 살았다고
울긋불긋 고운 옷 입었네요
언덕 위 거친 억새도
세월에 길들어 하얗게 철이 들고
힘 자랑하던 땡감도 부끄러움을 알았는지
성긴 잎 사이로 얼굴을 붉히고
사나운 밤송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벌린 입 다물지도 못하고,
그러다가는 이빨 다 빠지고 합죽이가 되겠습니다만
상관할 일은 아니지요
차려놓은 밥상 먹기도 전에 내 갈까 봐
제 밥 챙기기도 바쁜 달인데
감사할 일입니다
오뉴월 가뭄에 말라죽고
칠팔을 장마에 떠내려가고
이래저래 이 땅에 살기가 쉽지 않은데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이지요
열매 맺은 모든 것들은 그 열매가 하찮을지라도
하늘에 드리는 제사, 제단 위의 제물입니다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상쾌하고, 바람과 햇볕을 의지하여
나는 큰 대자로 땅바닥에 누워
파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헤아립니다
천제는 이렇게 드려야 하는 것처럼
눈을 감아 봅니다
637 - 10272014
시
2014.11.07 16:16
10월의 제단(祭檀)
조회 수 204 추천 수 1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36 | 시 | 가을 빗방울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1.28 | 221 |
2235 | 시 | 단풍잎 꼬지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1.21 | 152 |
2234 | 시 | 늙은 등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1.14 | 173 |
2233 | 시 | 가을, 담쟁이 붉게 물들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1.07 | 200 |
2232 | 시 | 갈잎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0.31 | 153 |
2231 | 시 | 풍경 속에 든 나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0.24 | 247 |
2230 | 시 | 가을 산책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0.17 | 199 |
2229 | 시 | 10월 6일 2023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0.10 | 175 |
2228 | 시 | 우리 동네 잼버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10.03 | 166 |
2227 | 시 | 가을 입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9.26 | 178 |
2226 | 시 | 가을, 잠자리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9.19 | 197 |
2225 | 시 | 얌체 기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9.12 | 301 |
2224 | 시 | 정독, 인생길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9.05 | 280 |
2223 | 시 | 천기누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8.29 | 218 |
2222 | 시 | 외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8.22 | 206 |
2221 | 시 | 위, 아래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8.15 | 247 |
2220 | 시 | 죄를 보았다. 그러나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8.08 | 185 |
2219 | 시 | ‘더’와 ‘덜’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8.01 | 135 |
2218 | 시 | 사람 잡는 폭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7.25 | 136 |
2217 | 시 | 주름살 영광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7.19 | 1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