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1.05 13:15
바다 저 쪽 멀리 육지에 붙어 있는 산은 병풍처럼 둘러쳐져 있고 해는 이제 막 산등성이를 넘을 준비를 한다. 경상남도 통영 사량도 섬에 만들어진 유선형 배 모양의 무대위에 그랜드 피아노 한 대가 우뚝 올려져있다. 왼 쪽 계단을 딛고 무대로 걸어 올라오는 중후한 모습의 남자는 놀랍게도 피아니스트 백건우씨였다. 길쭉한 키에 71년의 삶이 고스란히 녹아져 있는 멋진 신사의 모습이었다. 잠시 숨을 고르고 나서 피아노 앞에 앉은 그는 베토벤을 연주하기 시작한다. 아주 편안하게 움직이는 손가락에는 주름이 가고 머리카락이 조금 휑하게 보이기는해도 세월을 아랑곳 하지 않는 그의 피아노는 끊임없이 건반위로 흐른다.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작품 13번 <비창>의 1악장은 정열적이면서도 왠지 슬픈 느낌을 갖게한다. 해는 더 낮게 산을 넘어 가버리려고 자세를 낮춘다. 사방은 조용하고 오직 건반소리만 울려 퍼진다. 2악장의 기도하는 듯 아름다우며 느린 곡은 갈매기도 잠시 날개짓을 멈추게 한다. 3악장의 조금 빠르지만 서정적인 곡은 다시 애잔함으로 다가온다. 섬과 섬이 드문 드문 떠 있는 아늑한 바다 위로 멀리 떠 있는 배가 아름다움을 더해 준다.
번호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1 | 작은 불 꽃 하나가 국경을 넘어 [2] | 조형숙 | 2018.04.08 | 8002 |
20 | 숨, 쉼을 함께 할 수 있다면 좋을텐데 [2] | 조형숙 | 2018.03.29 | 8004 |
19 | 샌 루이스 오비스포 근교를 돌아보며 [1] | 조형숙 | 2018.03.18 | 7939 |
18 | 온 가족이 음악으로 하나 되는 감동의 무대 [4] | 조형숙 | 2018.03.04 | 7984 |
17 | 산으로 간 구삐 | 조형숙 | 2018.02.03 | 8518 |
16 | 풀잎 하나도 건드리면 안돼 | 조형숙 | 2017.12.28 | 98 |
15 | 자연스러움이 더 좋은데 [3] | 조형숙 | 2017.12.12 | 177 |
14 | 종교개혁 500주년에 즈음하여 [2] | 조형숙 | 2017.11.10 | 146 |
» | 피아노 거장의 섬마을 연주는 어느 무대보다 화려했다 [1] | 조형숙 | 2017.11.05 | 620 |
12 | 사계절을 만난 하루 이야기 [1] | 조형숙 | 2017.10.28 | 113 |
11 | 로맨틱 카멜 마을에서 | 조형숙 | 2017.10.28 | 59 |
10 | 도서관 | 조형숙 | 2017.10.28 | 60 |
9 | 솔방울 [3] | 조형숙 | 2017.10.01 | 170 |
8 | 작은 열매도 달콤하다 [2] | 조형숙 | 2017.10.01 | 92 |
7 | 포도나무를 보며 [2] | 조형숙 | 2017.09.02 | 9235 |
6 | 하늘 이웃 [1] | 조형숙 | 2017.08.23 | 216 |
5 | 선랜드 산상 기도회 [1] | 조형숙 | 2017.08.23 | 760 |
4 | 내가 본 여성 행진 [1] | 조형숙 | 2017.08.23 | 204 |
3 | 삶 속에서 만난 항아리 | 조형숙 | 2017.07.10 | 78 |
2 | 죽음의 계곡에서 부르는 산자의 노래 | 조형숙 | 2017.07.10 | 95 |
Ode to joy.
안부(김시천 詩)
때로는 안부를 묻고 산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런 일인지.
안부를 물어 오는 사람이
어딘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
그럴 사람이 있다는게
얼마다 다행스러운 일인지
사람속에 묵혀 살면서
사람이 목마른 이 팍팍한 세상에
누군가 나의 안부를 물어준다는 게
얼마나 다행스럽고 가슴 떨리는 일인지
사람에게는 사람만이
유일한 희망이라는 걸 깨우치며 산다는 건
또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오늘 내가 아는
모든 사람들의 안부를 일일이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