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드부 불량배들이
부모들 속 정말 많이 썩혔다
30대 후반 애숭이 훈육주임 반가름마 탄 머리가
정면에서 보면 원기왕성한 갈매기로 보이던 시절
그해 밴드부에서 두 명인가 퇴학을 맞고
하나는 자살하고 하나는 낙제를 했다
벽이 싸늘한 돌로 된
대낮에도 어둠침침한 밴드부 연습실
아리랑 행진곡 손가락이 힘든 부분을
갈매기 날갯짓하듯 연습하다가
학교 때려치우고 머리 파란 중이 되겠노라고
나는 드르렁 드르렁 드럼 치는 친구에게 뇌까린다
“공부 해서 대학 가면 뭐해!?”
“미친 소리 집어치고 나발이나 불어!”
44년 후 어느날 종일토록 비 쏟아져
서재 밖 아스팔트가 한참 갈아 놓은 벼루처럼
시꺼멓게 번질번질한 일요일 오후에
웬일로 그때 그 대화가 자꾸 생각난다
© 서 량 2005.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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