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1 16:17

억세게 빡신 새

조회 수 219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억세게 빡신 새 / 성백군
                                                                                              

산기슭 개울가 잡초들 틈에 끼어
고개 숙인 억새꽃 본다
봄 여름이 산자락 지날 때는 거기 있는 줄도 몰랐었는데
이제, 가을이라
제 모습 드러내며 삶을 묵상하는 것일까?
실바람에도 꺼덕꺼덕 생각이 깊다

잘살아보겠다고
바람 따라 흐르다가 물을 찾아 헤매다가 지쳐서
무턱대고 주저앉은 삶
그 자리가 살 곳인지 죽을 곳인지도 모르면서
잡초들 속에 섞여 잡초 잡아먹는 잡것이 되어
억세게 살다 보니 억새라고 불어더란다.
조상님들의 유전자가 붙여준 이름, 억세게 빡신 새

하늘만 바라보며 살았지
맨몸으로 이민 와서 삼십 년 넘게, 계단도 없는 삶
잠시도 쉴 새 없이 언덕을 기어오르다 보니,
자식들 결혼하여 분가하고 손주들 몇 안아보고
이제는 홀가분한 삶, 어느새 훌쩍 커서
머리에 은빛 면류관 서넛 쓰고 주위를 굽어보는데
아직은, 키만 컸지 보면 볼수록 허허로운 세상 벌판
아무도 없고 나만 있다.

억새다
산기슭 돌아가는 저녁 해거름,
가을 노을에 붉게 젖어 하얗게 식어가는 저
백발 머리에 손을 대본다.
드디어 홀씨를 하늘로 날려 보내노니
너 혼자가 아니라고
내년 이맘때는 여럿 생길 것이고
내명년 후에는 억새밭이 될 것이라며
나를 위로해 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97 눈물의 배경 강민경 2013.09.29 262
696 사인(死因) 하늘호수 2016.04.09 262
695 자연이 그려 놓은 명화 강민경 2019.09.30 262
694 아내의 요리 솜씨 / 성백군 하늘호수 2020.12.30 262
693 우리는 동그라미 한가족 김우영 2013.02.27 263
692 날 붙들어? 어쩌라고? 강민경 2015.03.15 263
691 화려한 빈터 강민경 2016.09.07 263
690 미국 제비 1 유진왕 2021.07.30 263
689 유월(六月) / 임영준 윤기호 2005.05.31 264
688 그들의 한낮 손영주 2007.04.24 264
687 노란동산 봄동산 이 시안 2008.04.02 264
686 시나위 이월란 2008.04.30 264
685 바람의 독후감 성백군 2013.09.21 264
684 부활 성백군 2014.04.23 264
683 시끄러운 마음 소리 강민경 2016.10.28 264
682 시조 들풀 . 1 / 천숙녀 1 file 독도시인 2021.03.21 264
681 아침에 나선 산책 길에 김사빈 2005.05.04 265
680 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노라 김우영 2013.05.15 265
679 증언------------구시대의 마지막 여인 이월란 2008.04.24 265
678 채마밭 빈집 성백군 2013.07.29 265
Board Pagination Prev 1 ... 75 76 77 78 79 80 81 82 83 8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