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어둠 속
유령 같은 것이
가시나무 울타리에 걸려 있다
그냥 지나치기가 의뭉스러워 다가가 보았더니
흰 비닐봉지가 바람을 잔뜩 먹음고 있다
뉘 집 울을 넘어
탈출한 걸까, 쫓겨난 걸까
한때는 주부 손에 이끌리어
장바닥을 휩쓸고 다니면서 영광을 누렸을 텐데
그 영화도 잠시, 짐을 다 비우고 할 일이 없어지니
사랑도 떠나 가드라며
사십 대 실직자처럼 버럭버럭 고함을 지른다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교과서 말만 믿고 큰 소리치며 뛰쳐나온 비닐봉지
그 기세는 어디로 가고
품 안에 안겼던 애처로운 눈망울들이
옆구리를 가시처럼 파고들어
아프다는 말도 못 하고 조금씩 조금씩 제 몸을 비틀며
주변을 살핀다
이제는
자기가 흔해빠진 비닐봉지임을 알았는지
제 몸 찢어지는 것도 개의치 않으며
세상을 향해 삿대질을 하며 펄럭거린다
날선 흰빛이 어둠 속으로
가물가물 사라진다
634 - 10112014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576 | 시 | 어머니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5.07 | 148 |
1575 | 어린날 | 이은상 | 2006.05.05 | 301 | |
1574 | 어떤 진단서 | 이월란 | 2008.04.16 | 110 | |
1573 | 시 | 어떤 생애 | 하늘호수 | 2017.01.20 | 191 |
1572 | 시조 | 어디쯤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3.25 | 69 |
1571 | 어디에도 붉은 꽃을 심지 마라 | 신 영 | 2008.05.21 | 659 | |
1570 | 시 | 어둠이 그립습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2.05 | 91 |
1569 | 시 | 어둠에 감사를 / 성백군 1 | 하늘호수 | 2021.11.23 | 129 |
1568 | 어둠별 외롬에 사모친다 | 유성룡 | 2007.01.09 | 247 | |
» | 시 | 어둠 속 날선 빛 | 성백군 | 2014.11.14 | 192 |
1566 | 시 | 어느새 비 그치고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05.14 | 190 |
1565 | 시 | 어느새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8.12.30 | 347 |
1564 | 어느날 아침의 영상 | 곽상희 | 2007.08.26 | 242 | |
1563 | 시조 | 어느 초야(初夜)에게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6.16 | 162 |
1562 | 어느 정신분열 환자의 망상 | 박성춘 | 2009.09.21 | 752 | |
1561 | 어느 시인의 행적 | 유성룡 | 2009.09.17 | 681 | |
1560 | 시 | 양심을 빼놓고 사는 | 강민경 | 2017.01.16 | 192 |
1559 | 시 | 얌체 기도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9.12 | 301 |
1558 | 약속 | 유성룡 | 2006.05.26 | 189 | |
1557 | 약동(躍動) | 유성룡 | 2006.03.08 | 19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