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08 14:50

푸른 언어

조회 수 23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푸른 언어


                                                                         이 월란



바다가 그리워 그리워 바다 위에 누웠더니
불면의 잠은 아쿠아리움의 열대어처럼 잠수를 타고
젖은 별들을 주우며 푸른 바다에 발목만 빠뜨렸네
선창 아래 불면의 파도가 내장까지 쳐들어와
밤새 물을 타네, 밤을 타네
눈 감지 못하는 마음이 파도에게 잠을 청해도
24시간 룸서비스같은 생의 비애를 청포도처럼 은쟁반에 받쳐들고
묻는 파도에게 밤새 대답했네
멀미 방지용 패치는 귓불 뒤에 슬픔처럼 말라붙고
닿을 수 없는 미지의 바다는 밤을 풀어 온 몸에 휘감아
욕망을 숨긴 검은 여신처럼 어둠의 살갗을 긁어대고
낮에 본 노예의 후손들은 암흑 속에 눈꽃같은 이빨사이로
금방이라도 흑인영가가 울려퍼질 것 같은 낙천의 선한 눈빛으로
비릿한 노예선의 억양이 바리톤으로 정겹게 흘러
흑백영화의 한 장면처럼 멜빵바지 사이로 올챙이처럼 부푼 배꼽을
실룩거리며 그들은 지금도 웃고 있네
서툰 세상은 저 하늘처럼 높고 저 바다처럼 넓어도
하늘은 하나같이 푸른빛이어서 색없는 물빛이 하늘을 온전히 품어
푸른 바다가 된 것처럼
어지러운 사랑을 품어 내 안에서 푸른 바다가 된 것처럼
밤새 흔들려도 배설물같은 지난 시간들 한 오라기 토해내지 못해
아침으로 말갛게 태어난 호흡마다 붉은 해가 뜨고
밤새 죄를 번역하느라 나는 또 애를 먹었네
잠시도 멈추지 못하고 흔들리던 저 검푸른 바다의 언어로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10 잔디밭에 저 여린 풀꽃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04 178
1809 작은 꽃 강민경 2017.11.26 235
1808 자화상(自畵像) 유성룡 2005.11.24 205
1807 시조 자하연 팔당공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02 94
1806 자질한 풀꽃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4.23 247
1805 자존심 성백군 2012.07.22 68
1804 자유전자 II 박성춘 2007.08.25 192
1803 자유의지 박성춘 2010.05.23 750
1802 자유시와 정형시 하늘호수 2015.12.23 359
1801 자연이 준 선물 / 泌縡 김원각 泌縡 2020.03.17 90
1800 자연이 그려 놓은 명화 강민경 2019.09.30 257
1799 자연과 인간의 원형적 모습에 대한 향수 박영호 2008.03.03 648
1798 자목련과 봄비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2.26 110
1797 자동차 정기점검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5.21 212
1796 자꾸 일어서는 머리카락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1.30 163
1795 자궁에서 자궁으로 file 박성춘 2011.08.09 387
1794 잊혀지지 않은 사람들 박동수 2010.07.26 1063
1793 잊어서는 안 된다 / 김원각 泌縡 2020.05.17 121
1792 입춘대길(立春大吉)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2.08 221
1791 입춘(立春) 하늘호수 2017.02.15 222
Board Pagination Prev 1 ...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