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풀무질 해주는 나래시조, 50년에 / 천숙녀
부유하듯 떠도는 오늘의 흐름 속에
진실의 수맥(水脈) 찾아 고개를 휘돌다가
한줌의 사유 짚으며 보도블록을 세어본다
씨앗의 파종은 짓눌림으로 촉이 트고
발아(發芽)하고 싹이 터 꽃 대궁 밀어 올린 환한 꽃
신 새벽 맑은 눈빛 되어 반짝이고 있구나
장수가 짊어질 커다란 붓이되어
뜨겁게 풀무질 해주는 나래시조 벌 밭에서
씨앗과 씨 톨이 되어 팍팍한 흙 두드렸다
혈맥血脈의 얼 부여잡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저마다의 발자국들 쇠기둥 축軸으로 박으면서
축적된 흔적을 모아 새 지평(地平)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