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풍경화 / 성백군
가족 그림은
저녁이 제일 선명합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를 맡고,
혀로 맛볼 수가 있습니다
이른 석식(夕食)을 끝내고 마을 골목길을 걷다 보면
집집이 들창마다 전깃불이 켜지고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와 어른들의 호탕한 웃음소리와
도란도란 부부의 속삭임에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
귀가 열립니다. 아, 구수한 음식 냄새
코가 맛을 보고, 혀가 군침을 흘립니다
아침에 일을 찾아 세상으로 흩어졌던 식구들이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다시 모여드는 그때가
저녁이면 저녁은 풍경이 되고
사연에 경계가 없으면 다 가족이 되는데
늙은 우리 부부
손잡고 불편한 몸을 서로 의지하며 걷다가
잠시 걸음을 멈추며 어둠 속을 돌아봅니다
아무도 없습니다
혹시나 아들, 딸이 집에 오지 않았을까 싶어
머리로 옛 가족 그림 한 장 그리며
서둘러 발걸음 재촉합니다.
1425 – 0911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