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 발치에
슬픔의 웅덩이 하나 숨겨 놓았을까
해마다 정붙여 꽃을 심으면서도
마음이 시린 남의 나라, 남의 땅.
쓰러질듯 쓰러지지 않으려
살얼음판 처럼 살아오는 동안
날 기다리는건
화려한 꽃밭인 줄 알았다
나의 시간, 나의 때인줄 알았다.
목까지 차오르는 고통의 늪
그 배반에 빠져 허우적거릴 때에도
날 기다리는 건
화려한 오방색 꽃밭인 줄만 알았다.
누가 먼 발치에
슬픔의 웅덩이 하나 숨겨 놓았을까
아아, 쉽사리 건너지 못할
그 시퍼런 질곡의 웅덩이 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