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3.15 14:59

장대비

조회 수 29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장대비


                                                          이 월란




살눈썹 사이로 잠든 눈이 세상을 일으키면

내 귓불에 입맞출 때만 암매(暗賣)하듯 속삭여주는

바라껍질 속에 가둬진 파랑(波浪)처럼

밀려오는 장대비 소리

바람난 아낙네 치마꼬리 붙들고 늘어지던

아이 입 틀어막은 손이 되어

숨통 조이며 소리없이 내리는 눈만

색태 없이 쌓이는 이경(異境)의 늪

고향의 장대비는 어린 날 노랗게 물든

물방울들이 기름방울처럼 매달려

그네를 타던 약국집 아이의 남상거리던 그

노란 레인코트 위에서 첫 물똥이 떨어진다

투닥투닥 기억을 두드리며 부르지 않아도

내리꽂히는 불망의 얼굴들

가르치지 않아도 한방울 두방울 부등켜 안고

폭염을 뒹구는 신들린 기억들

해아래 포성 지르며 부서져 날아간

약속의 언표들이 다시 비가 되어 내린다

도려내고도 싶은, 움켜쥐고도 싶은

옆에 있어야 할 보이지 않는 목소리

들리지 않는 모습

정강이까지 불어 휘적이던 걸음을 웅켜잡던

흙탕빛 물살이 곤죽이 되어

가슴을 묻고 그렇게 흘러가버렸어야 할

내 고향의 용슬한 고샅엔

학치 끝에서 붇기를 멈춘 작달비가

콩 볶는 소리로 어린 나의 맨땅을 치며

여윈잠 꿈속처럼 지금도 쏟아지고 있을까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731 시조 흑백사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05 303
1730 회상 강민경 2005.09.05 302
1729 내 마음의 보석 상자 강민경 2008.04.22 302
1728 이러다간 재만 남겠다 / 성백군 2 하늘호수 2018.02.04 302
1727 어린날 이은상 2006.05.05 301
1726 얌체 기도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12 301
1725 분노조절장애와 사이코패스 사이에서 하늘호수 2016.05.22 301
1724 유튜브 박영숙영의 영상시 박영숙영 2020.01.10 301
1723 물 위에 뜬 잠 이월란 2008.04.09 300
1722 수필 감사 조건 savinakim 2013.12.25 300
1721 12월의 결단 강민경 2014.12.16 300
1720 수필 Here Comes South Korea / 달리기 수필 박영숙영 2016.04.29 299
1719 펩씨와 도토리 김사빈 2005.10.18 298
1718 정원에 서있는 나무 강민경 2009.01.20 298
1717 나뭇잎 자서전 하늘호수 2015.11.24 298
1716 오월-임보 오연희 2016.05.01 298
1715 별천지 하늘호수 2017.12.12 298
1714 풍차의 애중(愛重) 강민경 2013.04.26 297
1713 장 마 천일칠 2005.01.11 296
1712 첫경험 강민경 2006.04.08 296
Board Pagination Prev 1 ... 23 24 25 26 27 28 29 30 31 32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