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소식
정용진 시인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린다.
한겨울 깊은 잠에 빠졌던
주름진 강산에
생명의 빛이
소나기 같이 내려 꽂이더니
맨발의 바람이 따라나서고
모시적삼 흰 구름이 흘러오는구나.
계곡을 가르는
실개천 물소리에
새벽잠을 깨어 창을 여니
간밤 꿈결에 만난
옛 임의 모습이 아련한데.
황홀하게 향을 뿌리며
미를 발하던
꽃들도
나비들의 춤이 멎은 후
시들은 꽃잎을 떨구고
열매로 향하는 운명의 길목.
봄이
고삐 풀린 황소걸음으로
느릿느릿 다가오고 있다.
날이 맑다
나도
인생의 밭을 갈러
광야로 나가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