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320 추천 수 1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겨울 나무는
벌거벗은 사람이다

내 서재 밖에서 혼자서만
땅과 45도 각도로 뾰족하게
꼼짝달싹하지 않고 서 있는 나무 한 그루가
수직으로 뻗은 다른 나무들 허리를
슬쩍 가로 지른다
다른 나무들이 이구동성으로
“이 놈이 왜 이래?” 한다

그 겨울 나무는
눈도 코도 궁둥이도 없는 사람이다
말도 못하고
모순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피부가 거무티티하고
키만 형편없이 큰 사람이다
땅과 45도 각도로 기울어진 채
허리가 삐딱하게 휘어져도 아픈 줄 모르고
내가 죽고 난 다음에도 그냥 그대로 서 있을,
늦은 오후 비라도 죽죽 내리는 날에는
남 몰래 엉엉 울고 있는 사람이다

© 서 량 2005.02.17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93 봄바람이 찾아온 하와이 / 泌縡 김원각 泌縡 2019.06.15 123
492 조각 빛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4.01.30 123
491 시조 연(鳶) / 천숙녀 1 file 독도시인 2021.03.16 123
490 시조 내 시詩는 -독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11 123
489 침 묵 1 young kim 2021.03.18 123
488 종아리 맛사지 1 유진왕 2021.08.07 123
487 시조 코로나 19 -숲의 몸짓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19 123
486 시조 코로나 19- 가을 오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9.09 123
485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R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03 123
484 시조 먼-그리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23 123
483 시조 2월 엽서 . 1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15 123
482 시간 길들이기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6.28 123
481 빈집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4.16 123
480 돌담 길 file 김사빈 2012.05.25 122
479 9월이 강민경 2015.09.15 122
478 숲 속 이야기 하늘호수 2016.07.11 122
477 꽃의 화법에서 강민경 2017.04.20 122
476 사람에게 반한 나무 강민경 2017.07.01 122
475 사목(死木)에 돋는 싹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04 122
474 겨울 초병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1.21 122
Board Pagination Prev 1 ... 85 86 87 88 89 90 91 92 93 9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