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품 / 성백군
제트기 지나간 뒤
굉음에 놀란 수탉
어지간히 급했나 보다
풀숲에 머리를 처박고 꼼짝 않는다
나도 세상 살다 보니
그런 때가 있었다
꼬맹이 셋 데리고 이민 와 살다가
실직했을 때, 힘겹게 시작한 사업 망했을 때, 등등
눈을 띄고도 앞이 안 보여서
귀를 막았더니 아내의 품이 였더라
작은데
너무 작아서
내 얼굴 하나 감추기도 힘든데
그래도 유일한 내 쉴 곳은 아내의 품뿐
거기에 몸을 묻었더니
태반의 기억이 살아나고
마음을 맡겼더니 새 힘이 솟더라
저 수탉
언제 잠에서 깨어난 걸까
대낮인데도 홰를 치며 운다
시도 때도 없이
꼬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