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運命 앞에서 / 천숙녀
당신은
이제 한 생애生涯를 마감하고
눈을 감고 계십니다
사람의 능력으로는
저승이란 공간을 좁히거나
뭉갤 수 없는 불가항력不可抗力
당신은
지상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하늘나라 문을 두드리고 계십니다
서너 달의 병원생활로
안방에서 고통을 겪기까지
부족하기 짝이 없는 효도와 다 못 드린 기도
할 기회도 주셨고
끝까지 무엇이 사랑인가를
몸소 보여주신 쭈그렁 가슴
당신의 생애는 결코 짧은 것이 아니라
한 줄기의 긴 강입니다
색채는 더욱 짙고 푸르러
바다만큼 깊고
하늘만큼 높은
하여, 제가 앉아있는 이 자리는
당신의 그늘입니다
그늘속의 빛입니다
고단했던 생애가 한 덩이 침묵
저희들의 잘못과 몰이해조차
사랑으로 감싸주시던 인생자락 그
한 올의 실낱에도 피와
땀과 눈물이 배어
이 세상사는 길의 채찍이실
어머니
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