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친 봄 / 천숙녀
청춘이 빠진 자리에 청춘 당겨 앉히려고
허연 머리에 검정 물들여
한 달쯤 젊고 싶다
초록빛 압축된 시간을
봄 언덕에 펼치는 손 길
올 봄은 유난히 빨라 봄을 놓쳐 버렸다
입술을 깨물면서
진달래꽃도 피우면서
껍질은 제 속살 녹이며
싹 틔워 있었고
걷던 길 누웠다 고랑 있어 끊어진 길
아무도 보이지 않아 함께 걷던 우리 이름
짜디짠 눈물 훔치며
논두렁 길 걷고 있다
얼마를 더 살고나면 적절하고 적절해질까
걸어 온 길 걸어 갈 길 아득했고 아득하다
노숙자 길바닥에 앉아
움켜 쥔 껍질 내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