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1.22 19:22

슬픈 인심

조회 수 194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슬픈 인심 / 성백군

잎 다 떨어진 늦가을 감나무에
홍시만 남아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나는 입맛 도는데
집 주인은 감을 먹을 줄 모르는지
작은 새떼들이 잔치를 벌입니다
팔 뻗으면 닿을만한 거리에 있는 것들
두서너 개쯤은 따도 괜찮을 것 같은데
남의 집 울안에 있는 것들이라서 그냥 지나갑니다

북가주 Walnut Creek, 동네 울 밑에는
오랜지, 사과, 석류 같은 낙과들이 많습니다.
쌓아놓고 썩히느니 비닐봉지에라도 담아 울 밖에 내다 놓으면
마켓에 과일 사려 갔다가 가격표 보고 놀라 내려놓는
나 같은 행인에게는 좋은 선물이 되련만,
더러는 이미 땅바닥에서 역한 냄새를 풍기고---,
그 인심 고약하다 하였더니, 그 게 다가 아닐 거랍니다
저 집에는 우리처럼 둘만 남은 늙은 부부 힘 부쳐 따지 못할 수도 있고
우리 아이들처럼 사는데 바빠서 둘러볼 여유가 없을 수도 있다며
함부로 속단하지 말랍니다

오다가 울 밖 잔디밭에서 떨어진 석류 3개를 주었습니다
웬만한 자봉 만합니다
갈라진 틈 사이로 보이는 빨간 알맹이들이 영롱한 보석 같아서
몇 알 빼내 깨물었더니 우르르 쏟아져 내립니다
한 댓 박은 될 것 같습니다
잘 먹던 아들과 며느리가 울 밖에서 “주었다.” 하였더니
맛이 변했다며 밀어냅니다
그게 아닌데, 거저 주는 것은 의심나서 못 먹는 세상
돈 주고 산 것만 먹는 세상
왜, 울 밑에 혹은 나무에 그대로 내버려두었는지 알 것만 같습니다
소통이 안 되는 세상, 돈이 제일인 세상
세상은 부유해지는데 부유해지는 만큼 격차는 벌어지고
행복한 사람은 점점 줄어듭니다

석류 한 댓 박을 그의 다 혼자서 먹었는데,
괜찮겠지요? 슬픈 인심도 인심이니까요
괜찮아야 희망이 있습니다.

      645 - 12152014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51 산수유 움직이고 서 량 2005.03.28 230
850 촛불 강민경 2006.07.12 230
849 하늘을 바라보면 손영주 2008.02.28 230
848 시조 코로나 19 –76주년 광복절에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15 230
847 시조 손을 씻으며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13 230
846 일주야 사랑을 하고 싶다 유성룡 2006.04.21 231
845 설국(雪國) 하늘호수 2016.01.10 231
844 사랑한단 말 하기에 유성룡 2006.08.13 232
843 어머니날의 엄니 생각 김사빈 2007.04.30 232
842 당신이 빠져 나간 자리 김사빈 2007.06.10 232
841 푸른 언어 이월란 2008.04.08 232
840 빛의 공연 하늘호수 2015.11.30 232
839 수필 ‘아버지‘ son,yongsang 2015.07.05 232
838 면벽(面壁) 하늘호수 2016.06.21 232
837 안개꽃 연정 강민경 2016.06.27 232
836 희망 백야/최광호 2005.07.28 233
835 얼씨구 / 임영준 뉴요커 2006.02.17 233
834 고백 강민경 2008.11.21 233
833 그 황홀한 낙원 김우영 2013.05.29 233
832 단비 / 성백군 하늘호수 2015.07.05 233
Board Pagination Prev 1 ... 67 68 69 70 71 72 73 74 75 76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