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손의 드레-시와 정신-이 계절의 시인
2022.01.29 14:29
왼손의 드레*
유봉희
불편한 왼쪽 손을 무릎 위에 올리는데
중닭의 무게다
오븐에 놓고 찜통에 넣던 통닭무게
악수할 때 나선 적 없고
중요한 서류에 싸인해 본 적 없지만
반가운 포옹에는 조용히 오른손을 마주 잡아
따듯한 둥지를 만들어 주고
기도할 때는 다소곳 정성을 보태주던 왼손
그러다가 휘청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기라도 하면
온 힘으로 버텨서 기어코 몸을 일으켜 세워주던
거침없이 찬조 역에서
주역으로 건너뛰던 왼팔과 왼손
새삼스레 왼손을 쓸어본다
나비의 양 날개처럼 새의 두 날개처럼
양쪽 팔과 손이 함께할 때
푸른 하늘이 열리는 걸 이제 알았다
닭은 날개 달린 공룡의 후손이라며?
중닭의 무게가 왼팔의 드레*가 되는 이 시간
우리란 말을 고요히 완성시키는
세상의 왼손들에게 고마움을
*사람의 품격으로서 점잖은 무게
왼팔의 드레가 되는 시간이 제 가슴에 와 닿자... 목이 메여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