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눈/강민경
등대는 바다의 눈
좋은 날이나 궂은 날
변함 없이 출렁이는 순풍이,
광풍으로 돌변 할지 모르는 변덕이 잦아
영원히 좁혀지지 않는 사잇길만
따라가다가, 길을 잃고 당황했던
이민 초기의 나를 돌아봅니다
광풍에 어쩌면 행복해 할 바다의 변덕을
검은 구름이 미친 바람 들이대는 어둠
뜻 모를 하늘의 고함을 듣는 공포의 밤 내내
제 몸의 심지 다 태운 빛으로 어둠 지워
길을 튼 나의 외곬 사랑에도 좋은
바다의 눈, 등대가 되었던 어젯밤을 기억하는
머릿속, 더없이 맑고 상쾌합니다
가슴 쿵 내려앉는 어둠을 식별하고 달래어
바다를 다독일 줄 아는 지혜로 우뚝 솟아오른
바다의 눈, 아렸을 때부터 그 눈을 사모하였던
나는, 등대를 앞세워 빛 가운데로 들앉았습니다
누구는 핏속에서 푸르른 혈 죽을 피웠다는데
나는 내 핏속에서 무엇을 피워 낼 것인가
언제 어떻게 돌변할지 예측 불가한
바다의 풍랑 앞, 세상 변덕에 풀 죽은 내 어깨가
바다의 눈, 등대를 대하면서 소심할수록
더 심하게 흔들리는 가정들을 다 돌아서게 한
거센 세상 두려움투성이에
어혈의 어제는 아득하고
그이에게 아이들에게 등대였던
어머니의 이름을 불러봅니다
오늘을 내일 일에
낭비할 수 없는 하루살이 수명이라도
지켜 내려는 파도와의 싸움은 틀림없는
예측 불허를 앞세운 바다의 눈으로
물 위에 세상임을 가르쳐
살아남아야 하는 이유의 정당성을 들이댑니다
바다의 눈 파도는 하늘을 나는 내 숨소리이고 등대였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