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대 앞에서 / 성백군
계산대 앞에
일렬종대로 늘어선 사람들 손에는
장바구니 하나씩 들려있다
급하다고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
새치기하려다 핀잔맞고 뒤로 밀려난 사람
늘 하던 대로 기다리는 사람
뒷사람 보기에 답답할 정도로 해찰하는 사람도 있지만
누구도 그저 통과할 수는 없는 일이라서
다들 자기가 산 물건값을 치르느라 분주하다
가격은 허와 실이 많아 의심스럽고
차례는 꼬박꼬박 다가오고
무엇을 샀느냐가 관건인데
그것도 사용하지 못하면 겉치레와 폼만 잡는 일이라서
방구석에 굴러다니는 애물단지가 되기에 십상이다
내 인생의 삶 값은 얼마나 될까?
그 믿음으로 천국 티켓 한 장 살 수 있을까
아직, 값을 치르지 못한 체
망설이다가,
자꾸 뒷사람에게 자리를 내어주며 초조해하는
나는 아닌지,
나이 많아질수록 점점
계산대 앞에 서기가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