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의 성질/강민경
우리 곁을 종종 찾아오는
장맛비의 성질을 탓한 뒤
돌아보면
그건 사람의 월권행위일 뿐
실제로는 그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변덕스러운 성질은 미친 바람둥이 같아도
하늘 명령을 수행하는 일은
때를 따라 내리는 선한 비나
사나운 바람이라도
욕심 부른 열매는 솎아내야 굵은
알곡을 낼 수 있습니다
흙탕물 튄 옷은 빨아 입어야 깨끗하듯
바람과 장맛비의 성질이 한통속이면
옹골찬 내 마음도
뜨겁고 바지런한 가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