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든 나무를 보면서 /강민경
마키키* 산 정상에서 유독
키가 훤칠한 나무 우듬지를 보는데
무지갯빛으로 물든 나뭇잎에 눈이 부십니다.
높이 오르려 애 끓이던 거기
저 홀로 단풍잎 선명함이 하도 고와서
‘저 나무 위를 좀 봐요. ’ 그이 옆구리
찌르며 보채는 내 호들갑에
그럼, 그런 때도 있어야지
푸르기만 한 하와이에 사는 나는,
언제 저기처럼 곱게 물들어 보겠냐며
투정 아닌 투정으로 돌아보는
그이의 눈빛에 잠시 삶의 그늘이
머뭇거림을 봅니다
이민 온 지 반평생을 훌쩍 넘어
반백이 되었어도 잊히지 않는
고국산천 하와이 실록처럼 펄펄 뛰는
힘으로 살다 보니 지칠 줄 몰랐는데
칠순이 다되어 지나온 길 되돌아보니
그때가 그립습니다
저 우듬지에 물든 나뭇잎처럼
설악산, 내장산, 아니 어디를 가나
고운 옷 갈아입고 세상 들썩이는
고국의 가을 산이 바다 건너 수만 리
하와이에 있는 내 마음을 물들입니다
*하와이 지역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