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시
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88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751 | 시 | 원죄 | 하늘호수 | 2020.04.21 | 150 |
750 | 시 | 안아 보고 싶네요! / 김원각 | 泌縡 | 2020.04.23 | 189 |
749 | 시 | 4월 꽃바람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4.28 | 122 |
748 | 시 |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 泌縡 김원각 | 泌縡 | 2020.05.01 | 109 |
747 | 시 | 새와 나 | 강민경 | 2020.05.02 | 191 |
746 | 시 | 옥양목과 어머니 / 김 원 각 | 泌縡 | 2020.05.09 | 223 |
745 | 시 | 어머니의 마당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5.12 | 159 |
744 | 시 | 밑거름 | 강민경 | 2020.05.15 | 85 |
743 | 시 | 잊어서는 안 된다 / 김원각 | 泌縡 | 2020.05.17 | 121 |
742 | 시 | 엿 같은 말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5.20 | 150 |
741 | 시 | 대낮 하현달이 | 강민경 | 2020.05.22 | 181 |
740 | 시 | 다시 찾게 하는 나의 바다여 - 김원각 | 泌縡 | 2020.05.25 | 116 |
739 | 시 | 어쨌든 봄날은 간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5.26 | 174 |
738 | 시 | 밤 공원이/강민경 | 강민경 | 2020.05.31 | 85 |
737 | 시 | 빗방울에도 생각이 있어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6.02 | 122 |
736 | 시 | 둘만을 위한 하루를 살자꾸나! / 김원각 | 泌縡 | 2020.06.03 | 108 |
735 | 시 | 럭키 페니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6.09 | 86 |
734 | 시 | 너의 유혹에 빨려드는 나 - 필재 김원각 | 泌縡 | 2020.06.12 | 206 |
733 | 시 | 바닷가 금잔디와 나/강민경 | 강민경 | 2020.06.16 | 102 |
732 | 시 | 6월의 언덕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0.06.16 | 79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