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나리보다 몇 십배
더 샛노란 산수유가
뼈만 남은 가지를 올라타고
아까부터 꼼작달싹도 안 하고 있다가
내가 눈을 두 번쯤 깜박이는 틈을 타서
얼른 몸을 움직이는 걸 보았다
배경에 엉거주춤 서 있던
키가 큰 소나무 서너 그루도
이때가 때다! 하며 봄바람을 만진다
나는 시야가 뭉클해지면서
원근법이 엉망이 된다
개나리보다 몇 백배 더 단단한
작고 귀여운 뿔들이 샛노랗게 솟아
너무나 부끄러운 산수유 얼굴만 빼놓고
머쓱해 하는 산봉오리 몇몇이며 들판이며
내가 여태껏 애타게 기다린 봄도
초점이 다 흐리멍덩해지는 걸 보았다
© 서 량 2005.03.26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870 | 시 | 요단 강을 건너는 개미 | 성백군 | 2014.04.12 | 314 |
869 | 시 | 무심히 지나치면 그냥 오는 봄인데 | 강민경 | 2014.04.11 | 243 |
868 | 시 | 잘 박힌 못 | 성백군 | 2014.04.03 | 336 |
867 | 시 | 지상에 내려온 별 | 강민경 | 2014.04.03 | 202 |
866 | 기타 | 학우와의 대화 - 한국교육학과 김우영 작가(50대 萬年學徒) | 김우영 | 2014.03.27 | 658 |
865 | 시 | 하얀 산과 호수가 보이는 집에서… | 이승욱 | 2014.03.26 | 699 |
864 | 시 | 회귀(回歸) | 성백군 | 2014.03.25 | 216 |
863 | 기타 | 김우영]한국어, 세계에 수출하자 | 김우영 | 2014.03.23 | 862 |
862 | 시 | 봄 날 | 이일영 | 2014.03.21 | 205 |
861 | 수필 | [김우영 한국어이야기 4]모국어 사랑은 감옥의 열쇠 | 김우영 | 2014.03.18 | 446 |
860 | 시 | 설중매(雪中梅) | 성백군 | 2014.03.15 | 202 |
859 | 시 | 내다심은 행운목 | 성백군 | 2014.03.15 | 276 |
858 | 시 | 길동무 | 성백군 | 2014.03.15 | 195 |
857 | 시 | 십년이면 강, 산도 변한다는데 | 강민경 | 2014.02.25 | 240 |
856 | 시 | 낙원동에서 | 강민경 | 2014.02.23 | 244 |
855 | 시 | 태아의 영혼 | 성백군 | 2014.02.22 | 187 |
854 | 시 | 몽돌과 파도 | 성백군 | 2014.02.22 | 379 |
853 | 시 | 2월 | 이일영 | 2014.02.21 | 164 |
852 | 시 | 겨울 홍시 | 강민경 | 2014.02.08 | 336 |
851 | 시 | 문자 보내기 | 강민경 | 2014.02.03 | 36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