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30 18:06

뭘 모르는 대나무

조회 수 20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뭘 모르는 대나무/강민경

 

 

아침 햇빛 곱게 비추는 산언저리

바위틈새에 태어나

외길만 고집하는 대나무를 보며

왠지 가슴이 답답하고 멍청합니다

 

종점(終點)에서 시점(時點)으로

시점(時點)에서 종점(終點)에 이를 동안

몸 안의 세포 사이사이로 흐르는

외줄기 짙푸른 혈관을 부러워하는

나무들, 풀들, 그리고 나,

차진 흙 속에 뿌리내리고 살면서도

폭풍이 몰아칠 때면 쓰러지거나

꺾이지 않으려고 납작 엎드려

파랗고 붉은 말 수런거리는 일

, 두 해가 아닌데

 

긴 세월 하루같이 외길만 고집하는

, 뭘 모르는 키 큰 대나무가

세상 물정 모르는 나 같아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어떻게 들어야 할지! 외면하는

내 무릎 관절이 시큰시큰 저려옵니다

 

몸 밖에 단단한 마디

한 걸음 한걸음 놓을 때마다

몸 안을 비우며 흘렸던, 아니 흐르는

피땀에 외길만 보이는 까닭입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75 꽃비 강민경 2006.04.07 213
974 날아다니는 길 이월란 2008.03.04 213
973 과수(果樹)의 아픔 성백군 2008.10.21 213
972 12월이 기억하는 첫사랑 강민경 2015.12.06 213
971 잡초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7.21 213
970 12월, 우리는 / 임영준 뉴요커 2005.12.05 214
969 아름다운 비상(飛上) 이월란 2008.05.01 214
968 바람에 녹아들어 강민경 2008.06.09 214
967 내 몸에 단풍 하늘호수 2016.06.06 214
966 자동차 정기점검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5.21 214
965 철쇄로 만든 사진틀 안의 참새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5.31 214
964 불멸의 하루 유성룡 2006.03.24 215
963 구심(求心) 유성룡 2007.06.06 215
962 왕벌에게 차이다 성백군 2012.06.03 215
961 40년 만의 사랑 고백 성백군 2013.06.26 215
960 바다에의 초대 file 윤혜석 2013.08.23 215
959 낙화.2 정용진 2015.03.05 215
958 이상기온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23 215
957 시조 코로나 19 – 접혔던 무릎 세워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8.29 215
956 춘신 유성룡 2007.06.03 216
Board Pagination Prev 1 ... 61 62 63 64 65 66 67 68 69 70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