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쟁이에 길을 묻다 / 성백군
집, 안과 밖
세상 이쪽과 저쪽 사이, 회색 벽돌담 위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줄곧
초록으로 단풍으로 기어 오르던 담쟁이가
지난밤 된서리 맞고 비밀을 드러냈습니다
낙엽 한 잎 두 잎 땅 위에 쌓일 때는
억척스럽다는 담쟁이도 별수 없다 여겼더니
지금은 겨울 한 철 일손을 놓고 잠시 쉴 때라며
그동안 일군 성과를 담 위에 내려놓았습니다
아무도 넘을 수 없는
난공불락의 요새 같은 담장 위에 길이 났습니다
담을 타고 다니며 사방으로 얽힌 까만 줄기는
소통을 원하는 억눌린 사람들의 호소처럼 힘이 있습니다
삶을 찾아 이동하는 개미들의 행렬입니다
선구자처럼
한 생애 목숨 다해
회색 공터 위에 길을 터 놓았으니
이제는 가서 깃발만 꽂으면 된다고
발밑 수북한 낙엽들이
내 발길을 툭툭 치며 힘을 보탭니다
643 - 12052014
시
2014.12.30 08:56
담쟁이에 길을 묻다
조회 수 287 추천 수 0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951 |
바다에의 초대
![]() |
윤혜석 | 2013.08.23 | 214 | |
950 | 시 | 내 몸에 단풍 | 하늘호수 | 2016.06.06 | 214 |
949 | 시 | 나를 먼저 보내며 | 강민경 | 2018.10.21 | 214 |
948 | 시 | 행복하다 / 필재 김원각 | 泌縡 | 2020.01.11 | 214 |
947 | 시 | 2021년 12월의 문턱에서 / 성백군 1 | 하늘호수 | 2021.12.21 | 214 |
946 | 시 | 그래야, 허깨비가 아니지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2.09.21 | 214 |
945 | 청량한 눈빛에 갇혀 버려 | 강민경 | 2012.05.19 | 215 | |
944 | 왕벌에게 차이다 | 성백군 | 2012.06.03 | 215 | |
943 | 40년 만의 사랑 고백 | 성백군 | 2013.06.26 | 215 | |
942 | 나비 그림자 | 윤혜석 | 2013.07.05 | 215 | |
941 | 시 | 낙화.2 | 정용진 | 2015.03.05 | 215 |
940 | 시 | 풍성한 불경기 | 강민경 | 2015.04.10 | 215 |
939 | 시 | 나뭇잎에 새긴 연서 | 강민경 | 2016.07.16 | 215 |
938 | 춘신 | 유성룡 | 2007.06.03 | 216 | |
937 | 시 | 등외품 | 성백군 | 2014.01.06 | 216 |
936 | 시 | 잃어버린 밤하늘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2.05.25 | 216 |
935 | 시조 |
찔레 향기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2.02.13 | 216 |
934 | 시 | 마음자리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2.02.15 | 216 |
933 | 시 | 천기누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8.29 | 216 |
932 | 하소연 | 유성룡 | 2005.11.27 | 2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