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1.06 19:26

등외품

조회 수 216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등외품 / 성백군
                                                                                  


금 간 사과, 벌레 먹은 복숭아,
기미낀 배, 주근깨 범벅인 오렌지,
가을볕에 화상을 입은 먹 감들이
마켓 바닥 한구석 광주리에
세일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들어있다.
다 상한 것들이라서
세간의 주목에서 밀려나
돈 많은 사람 성한 사람의 눈에는 보이지 않고
가난한 사람 상처 입은 사람의 눈에만 들어오는 것
비록, 진열대에 오르지는 못했지만 그렇다고
저들의 삶이 하잖은 것은 아니다.
알만한 사람은 안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은 다 안다
새도 알고 벌레도 알고 단 것만 쪼아먹고 파먹는다
익을 대로 익어서 더는 못 견디고 떨어져 깨졌으니 얼마나 맛있겠나 마는
돈 되는 것 겉모양만 좋아하는 사람들의 가치관에 치이고 밀려나
싸구려 취급을 받는다고, 버려져 썩어간다고
광주리에 담긴 몇 개, 시큼한 냄새를 풍긴다.
사람도 냄새를 풍긴다
홀아비 냄새 홀어미 냄새
이마엔 주름살 늘어나고 눈꺼풀 처지고 이빨 몇 빠지고
귀먹고 눈 어두우면 노인 냄새가 난다
등외품들이 모여드는 곳에는 사람 사는 냄새가 난다
인고의 냄새가 난다. 그 냄새 맡을 줄 아는 사람 역시
등외품이다
등외품 과일이 등외품 사람을 쳐다보는 눈길이
따뜻하다.

   *시마을 작가회 2013년 11월의 詩 선정작
                 563 - 11022013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871 봄이 오는 소리 유성룡 2006.02.25 226
870 대나무 마디 성백군 2013.06.26 226
869 입동 낙엽 / 성백군 하늘호수 2022.12.13 226
868 고맙다. ‘미쳤다’는 이 말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04.09 226
867 네가 올까 유성룡 2006.03.28 227
866 귀향 강민경 2006.05.29 227
865 복숭아꽃/정용진 정용진 2015.03.24 227
864 내가 나의 관객이 되어 하늘호수 2017.09.16 227
863 아! 그대의 미소가 빠졌네요 – 김원각 泌縡 2020.08.23 227
862 아픔이 올 때에 김사빈 2007.09.11 228
861 가시내 이월란 2008.03.13 228
860 시조 추억追憶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27 228
859 단풍잎 예찬 / 성백군 하늘호수 2015.10.15 228
858 숲 속에 비가 내리면 하늘호수 2015.10.27 228
857 주차장에서 강민경 2016.05.17 228
856 세상인심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4.05 228
855 촛불 강민경 2006.07.12 229
854 地久 천일칠 2007.03.08 229
853 수필 영화 '귀향'을 보고-최미자 미주문협 2017.10.02 229
852 황혼의 바닷가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2.11 229
Board Pagination Prev 1 ... 66 67 68 69 70 71 72 73 74 75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