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0 16:11

침략자

조회 수 112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침략자


                      
                                                                                                                                                                              이 월란




전령병은 방음장치부터 시작하였다. 귀 있는 모든 생명체에 투명방벽이 세워지고 소음 하나 흘리지 않은 채 여기 저기에서 꽃이라는 지뢰포가 터졌다. 채홍빛 시한폭탄들은 정확한 시점에 소리 없이 발발했다. 지궁(地宮)은 바람을 타고 다니며 무언의 타전을 쳤고 포로가 된 지하의 무너진 억장들을 하나 하나 끌어내었다. 그들은 허공에 비색(緋色)의 한숨을 토해내기 시작했고 하얀 탄피들이 날아다니며 화약연기같은 춘정을 뿌려대자 불지른 춘심마다 색정이 돋아났다. 점거된 동토마다 피어나는 아지랑이 사이로 동장군은 도망을 쳤고 헤픈 전리품들은 땅 위를 색종이처럼 날아다녔다.
갈래꽃들의 열병은 전염병처럼 골목들을 누볐고 점령지마다 화려한 꽃의 깃발이 펄럭이는 무지개빛 전쟁은 이제 막바지의 협상마저 필요없게 되었다. 땅은 꽃으로 초토화되었다.
주모자인 봄은 그렇게 쳐들어왔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10 방파제 강민경 2007.03.19 112
1909 눈망울 유성룡 2007.11.05 112
» 침략자 이월란 2008.04.20 112
1907 시조 빛바랜 책가방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6.03 112
1906 생각이 짧지 않기를 강민경 2017.05.05 112
1905 뽀뽀 광고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7.31 112
1904 동심을 찾다 / 김원각 泌縡 2020.10.03 112
1903 시조 청국장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14 112
1902 나쁜 사랑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7.06 112
1901 반달 / 성백군 하늘호수 2021.09.14 112
1900 시조 난전亂廛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0.28 112
1899 독도의용수비대원 33인의 아버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18 112
1898 시조 어제는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11.27 112
1897 마음의 수평 성백군 2013.08.31 113
1896 가는 봄이 하는 말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5.28 113
1895 난해시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18 113
1894 계산대 앞에서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9.19 113
1893 괜한 염려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11.09 113
1892 시조 장날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3.02 113
1891 시조 DMZ 비무장 지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3.11 113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