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질한 풀꽃들 / 성백군
동네 화단 울 밑에
자질한 풀꽃들이
내 발걸음을 묶어 놓습니다
크지도 않고, 화려하지도 않아
혼자 있으면 별 볼 일 없는 것들인데
모여서 성(城)을 이루었으니
들여다보고 갈 수밖에요
언뜻 보면 똑같은데
자세히 살펴보면
크기도 모양도 색깔도 조금씩 다 틀립니다만
서로, 안고 엎고 보듬으면서
자기를 내어주고 남을 받아들이면서
한 몸이 되었네요
쎕니다
돈 없고, 백 없어서
삼류 인생이 되었다고 기죽지 마세요
모여 살면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굽신거립니다
세상살이는
남에게 나를 맞추며 살아야 잘살고
신앙인은
하나님에게 자신을 맞추며 살아야
천국이 열린다며 자질한 풀꽃들
나 보라고 방긋방긋 웃네요
1383 - 0418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