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 / 성백군
땅,
전장(戰場)이 아니다
흙이란 말이다
거목(巨木) 밑 땅이
하얀 새똥으로 도배를 했다
한없이 넓어서
얼마든지 피할 만도 한데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탯자리에서 다 받아냈다
지독한 겸손이다
끝없이 낮아진 자리
그 자리가 흙이다
풀도, 나무도, 벌레도, 짐승도,
나고 자라고 모든 생명이 잉태된 자리
사람도 빌딩을 세우고 문화를 일으켰다
그 땅!
서로 차지하기 위해서 싸울 곳이 아니다
회개의 자리다. 죽음으로 흙이 되는
하나님의 은혜가 완성되는 곳이다
1393 - 060220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