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회 수 536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육친肉親
                                      손택수


책장에 침을 묻히는 건 어머니의 오래된 버릇
막 닳인 간장 맛이라도 보듯
눌러 찍은 손가락을 혀에 갖다 대고
한참을 머물렀다 천천히  
페이지를 넘기곤 하지
세상엔 체액을 활자 위에 묻히지 않곤 넘길 수 없는 페이지가 있다네
혀의 동의 없이는 도무지 읽었다고 할 수 없는 페이지가 있다네
연필심에 침을 묻혀 글을 쓰던 버릇도 버릇이지만
책 앞에서 침이 고이는 건
종이 귀신을 아들로 둔 어머니의 쓸쓸한 버릇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 같다고
아내도 읽지 않는 내 시집 귀퉁이에
어머니 침이 묻어 있네
어린 날 오도독 오도독 씹은 생선뼈와 함께
내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던 그 침
페이지 페이지 얼룩이 되어 있네


*며느리도 이해 못하는 아들의 시, 어머니가 읽고 계신다.

 아들이 쓴 시 한 귀퉁이마다 어린 날 오도독 오도독 씹은 생선뼈와 함께

목구멍을 타고 넘어오던 육친의 깊은 사랑이 묻어 있다.

문자에만 의존하면 결코 이해 못하리라.

아들의 시를 읽는 어머니에게 현대시의 난해는 결코 없다. - 이윤홍


*손택수 시인(45세)-전남 담양 출생.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등단,

시집 `호랑이 발자국' 현대시동인상과 이수문학상 등을 수상.


  1. 秋江에 밤이 드니

    Date2007.08.06 By황숙진 Views523
    Read More
  2. 꿈속으로 오라

    Date2004.07.24 By관리자 Views525
    Read More
  3. 옛날에 금잔디

    Date2005.11.26 By서 량 Views528
    Read More
  4. 잠 못 이룬 밤에 뒤적인 책들

    Date2008.02.10 By이승하 Views530
    Read More
  5. 새해에는

    Date2011.01.10 By김우영 Views531
    Read More
  6. 아틀란타로 가자

    Date2007.07.21 By박성춘 Views532
    Read More
  7. (동영상시) 아무도 모르는 일- 차신재 The Affair No One Knows

    Date2015.09.01 Category By차신재 Views532
    Read More
  8. 불경기

    Date2009.05.04 By성백군 Views535
    Read More
  9. 10월의 시-육친肉親/손택수

    Date2015.10.01 Category By오연희 Views536
    Read More
  10. 미리 써본 가상 유언장/안세호

    Date2005.01.27 By김학 Views537
    Read More
  11. 듬벙 관람요 / 성백군

    Date2023.01.10 Category By하늘호수 Views539
    Read More
  12. 고래

    Date2004.07.25 By풀꽃 Views540
    Read More
  13. 김우영 작가의 한국어 이야기-29

    Date2015.06.28 Category수필 By김우영 Views540
    Read More
  14. 삶은 고구마와 달걀

    Date2005.01.29 By서 량 Views541
    Read More
  15. 레이니어 산에 가는 길 풍광

    Date2016.07.06 Category수필 Bysavinakim Views542
    Read More
  16. 가슴으로 읽는 지선이 이야기

    Date2013.05.13 By김우영 Views545
    Read More
  17. 내가 사랑하는 소리들

    Date2004.07.24 By관리자 Views546
    Read More
  18. 묻지도 말고 쭉- - 나마스테

    Date2004.07.24 By관리자 Views548
    Read More
  19. 이승하 어머니께 올리는 편지

    Date2004.07.24 By관리자 Views548
    Read More
  20. 한때 즐거움 같이 했으니

    Date2011.01.26 By강민경 Views549
    Read More
Board Pagination Prev 1 ... 99 100 101 102 103 104 105 106 107 108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