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자 / 강민경
밤낮없이
와이키키 해변, 갓길 벤치에
앉고 더러는 누워
바람만 먹고도 슬금슬금 세를 이루는
노숙자들이 고구마 넝쿨 같다.
암실을 향해 뻗는 저 뿌리들의
세상에 나오지 않으려는 오기는
자루 속에 든 고구마 같아
이쪽에서 쫓으면 저쪽으로
저쪽에서 쫓으면 이쪽으로 돌며
단속반 경찰 아저씨와 밀고 당기는
실랑이
늦은 밤까지 지칠 줄 모른다
더욱, 가로등 불빛이 어둠을 벗기는 밤이면
죽죽 뻗어 나가는 저 많은 고구마 넝쿨들
다 걷어 내느라 목이 쉬도록 지쳐버린
경찰 아저씨들의 어깨는 신명 날만 한데 오히려
물먹은 솜방망이처럼 무겁기만 하다.
쫓겨난 노숙자들이 있던 그 자리에
정처 없이 떠도는 몇몇 옷가지들 비닐봉지들
망연자실하여
또 다른 노숙자가 되어
주인을 기다리는 것일까?
불어오는 바람결에 이리저리 돌아보며
한숨짓는다.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613 | 시 | 그리운 자작나무-정호승 | 미주문협 | 2017.05.31 | 269 |
1612 | 불꽃 놀이 | 강민경 | 2006.01.02 | 268 | |
1611 | 산(山) 속(中) | 천일칠 | 2005.04.04 | 267 | |
1610 | 당신을 그리는 마음 2 | 유성룡 | 2006.03.01 | 267 | |
1609 | 그 나라 꿈꾸다 | 손영주 | 2007.10.28 | 267 | |
1608 | 수필 | “시계가 어떻게 혼자서 가?” | son,yongsang | 2016.03.25 | 266 |
1607 | 시조 |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12.29 | 266 |
1606 | 흠 있는 그대로를 사랑하노라 | 김우영 | 2013.05.15 | 265 | |
1605 | 증언------------구시대의 마지막 여인 | 이월란 | 2008.04.24 | 265 | |
1604 | 오늘은 건너야 할 강 | 윤혜석 | 2013.06.27 | 265 | |
1603 | 시 | 近作 詩抄 2題 | son,yongsang | 2016.09.30 | 265 |
1602 | 시 | 새들도 방황을 | 강민경 | 2016.08.24 | 265 |
1601 | 해 바 라 기 | 천일칠 | 2005.02.07 | 264 | |
1600 | 유월(六月) / 임영준 | 윤기호 | 2005.05.31 | 264 | |
1599 | 그들의 한낮 | 손영주 | 2007.04.24 | 264 | |
1598 | 노란동산 봄동산 | 이 시안 | 2008.04.02 | 264 | |
1597 | 채마밭 빈집 | 성백군 | 2013.07.29 | 264 | |
1596 | 바람의 독후감 | 성백군 | 2013.09.21 | 264 | |
1595 | 시 | 부활 | 성백군 | 2014.04.23 | 264 |
1594 | 시 | 우린 서로의 수호천사 | 강민경 | 2015.05.05 | 2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