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06.15 19:10

오디 상자 앞에서

조회 수 428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오디 상자 앞에서/강민경



슈퍼에 갔다가
좌판 위에 놓인
검은 오디 상자 앞에서
나는 영락없는 옛사람이다

주둥이 까맣게 물들이며
네 것, 내 것, 구별 없이 질리도록
나눠 먹던 생각에 군침이 돌아
쉽게, 작은 오디 상자를 들었다가
높은 가격표에 밀려 손힘이 풀리고
가난했지만 서로 배려하던
풋풋하고 따끈따끈하던
옛 인심만으로 허기를 채운다

흔해서 하찮게 여기던 것들이
때를 만나 이리 귀한 대접을 받는데
하물며, 사람 목숨은 왜 자꾸
내리막길을 구르는 돌 취급을 받는지!

세월호 사건의 참담한 현실 앞에서
네 탓, 내 탓만 찾다가
제 뱃속 썩는 냄새에 붙들려
하늘 찔러대는 한 숨소리에 닫힌 귀
내가 먼저 본이 되지 못하였으니
누구를 탓하겠는가
오늘에야 겨우, 슈퍼 좌판 위 자리한
작은 오디 한알 한알에 새겨진 귀중함을 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10 외로운 가로등 강민경 2014.08.23 478
909 그리움이 쌓여 file dong heung bae 2014.08.22 246
908 8월은 성백군 2014.08.11 162
907 진짜 촛불 강민경 2014.08.11 188
906 저 하늘이 수상하다 성백군 2014.08.07 289
905 너를 보면 강민경 2014.07.28 331
904 오디 성백군 2014.07.24 266
903 새들은 의리가 있다 강민경 2014.07.21 298
902 7월의 향기 강민경 2014.07.15 338
901 그래서, 꽃입니다 성백군 2014.07.11 221
900 찔래꽃 향기 성백군 2014.07.11 531
899 방파제 강민경 2014.07.08 246
898 해를 물고 가는 새들 강민경 2014.07.02 265
897 월드컵 축제 성백군 2014.06.26 143
896 맛 없는 말 강민경 2014.06.26 214
895 산 닭 울음소리 성백군 2014.06.23 515
894 모래의 고백<연애편지> 강민경 2014.06.22 462
893 기타 김우영의 한국어이야기 9 변하는 말과 꼬리아 김우영 2014.06.18 243
892 기타 한국이 다문화국가 중심 김우영 2014.06.16 433
» 오디 상자 앞에서 강민경 2014.06.15 428
Board Pagination Prev 1 ... 65 66 67 68 69 70 71 72 73 74 ... 115 Next
/ 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