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와이 낙엽 / 성백군
하와이 낙엽은
밋밋하다
봄 여름 가을의 경계가 모호하니 단풍 들 일 없고
겨울이 없으니 요절할 일 없다
한 잎 주어
손바닥에 올려놓고 무게를 달아 보면
바람처럼 가볍고
주먹을 쥐어 보면 금방 부스러져 가루가 된다
저항도 없고, 미련도 없고……,
죽음은 저렇게 순해야 한다
다 내려놓고 떠나가는 길목에
삶의 잔재가 남아 있어 부대끼면
새 생명이 나오기가 쉽지 않은 법
하와이 산속 숲길을 걷다 보면
언제나 수북이 쌓여있는 낙엽들을 만날 수 있지만
쓸쓸하지 않다.
명(命)대로 살고 죽은 자연사라서,
새순을 덮어 주는 이불 같아
오히려 포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