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산에서/강민경
계절 구분 없이
바람 센 하와이 바람산은
늘,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습니다
바람 끝에 서 있기만 해도
금방 바람에 휩쓸려
저 아득한 골짜기로 떨어질 것 같은 두려움
온몸 움츠러듭니다.
떨어지면 밀어 제자리로 돌려놓는다는
바람 신의 전설이 있기는 하지만
정말일까? 오기를 부려 호기심을 자극해 봅니다만
아마, 부러 뛰어내리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궁금해하지 마십시오
아래를 내려다보는 순간
바람 속으로 빨려들 것만 같은 긴장감에
소름이 돋고, 마음이 바람개비처럼 팔랑팔랑 돌아갑니다.
바람처럼 왔다가 바람처럼 사라지는 게
인생이라고 하지만
목숨을 무작정 바람에 내맡길 수는 없는 일
바람을 맞아보면 생명의 소중함이
새삼 느껴집니다
개미 쳇바퀴 돌 듯 돌다가
멈추는 곳이 결국 태자리인 줄 알지만
거기까지 가기가 쉽지만은 않다고
사시사철 거센 바람이 몰아치는 바람산은
늘 관광객들의 발걸음으로 북 적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