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 성백군
‘여보, 뭘 해’
‘5시 반이야, 6시에 김 씨네 하고 약속 있잖아!’
“알았어요” 하고도 뭉그적거리다가
‘이런 건 당신이 알아서 하면 못써’
‘내가 맨날 서둘러야 해’
결국, 퉁을 먹고서야 따라나서는 아내
그래도 요즘이 좋단다
기억해 주고, 일깨워 주고, 챙겨주는 내가
남편임을 실감하고 사니 행복하고 편하단다
그런가?
내가 좀 그런 구석이 있지
집안일은 무조건 아내에게 맡기는 것이 옳다고 여기며
평생을 살았으니
카드 쓸 줄도 모르고
시장 가서 물건 살 줄도 모르고 살다가
삼식이가 되어서야
이것저것 물어보고 배우느라 속앓이를 한다
‘여보, 내일 시장가는 날이야.’
‘살 것 조사해 보고 메모지에 적어 놔’
아무리 금슬 좋은 부부 사이라도 빚은 갚아야 하나 보다
누가 채권자이고 채무자인지는 모르지만
우리 부부 늙어가면서 서로에게 빚 갚느라
일마다 때마다 잔소리로 분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