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애인임을/강민경
쿵!
느닷없는 고함에
잠에서 깨어난 나
꼭두새벽인데 이게 무슨 날벼락인가
가슴부터 쿵쿵쿵
또다시 쿵
한참을 더듬은 후에야
냉장고에서 나는 소리임을 알았다
설마” 했는데
손가락 꼽아보니 “설마” 거의 십 년
네 나이가 내 나이보다 많구나
가전제품이라 하지만
때마다 들락거리며 수시로 남편 아이들
먹거리 챙겨주는 가족이나 마찬가진데
청소 한 번 제대로 못 해주고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무심했으니
미안하구나
기왕에 헌신한 것 조금만 더
어떻게 한 달 만이라도 버텨주면 안 되겠니
“ 너는 우리 애인이잖니” 하였더니
내 말을 알아 들었는 듯
“끄르륵” 하며 죽을 힘을 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