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곽상희1월서신 - 에밀리 디킨슨- 시인이여, 너를 써라
오늘은 시는 단어의 배열, 문장의 형태, 시의 호흡을 거쳐 순간의 감정으로 이어질 수 있는 좁은 오솔길에 가깝다고 운운한 고독과 우울증으로 시대에 앞서간 미극 여류시인 Emily Dickinson을 잠시 따라가 볼까 하네요. 은둔생활로 매일 시 한편을 썼다는 그녀의 시는 단순하고 짧지만 진실을 압축하는 작업으로서 삶과 자연을 조응하며 삶의 궤적을 따라 삶의 실존적인 깨달음을 표현하는 시법을 취했다 할까요. 그 때 남성 우위와 종교적으로도 엄격한 청교도적 배경에 저항하고 세상에 상처 입은 순간들을 언어로 표현한 그의 이름 있는 시 중 하나가 되는 ‘ If I Can ' 이란 단시를 보겠어요.
If I can stop one heart from breaking, /I shall not live in vain; /If I can ease one life the aching, /Or cool one pain,/Or help one fainting robin /Unto his nest again, /I shall not live in vain.
<내가 만약 누군가의 가슴의 상처를 막을 수 있다면 /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내가 만약 한 생명의 고통을 덜고/기진맥진해서 떨어지는 울 새 한 마리를/다시 둥지에 올려놓을 수 있다면/나 헛되이 사는 것 아니리 ('내가 만약‘)
그의 시의 형식은 단어의 응축, 이미지즘의 형식, 자신의 감정을 사물에 빗대어 표현했다는 점에서 그 시대의 시풍을 앞서간 의미에서 사후에는 미국 19세기 최고의 시인의 한 사람으로 남게 되었지요.
시대마다 그 시대의 시풍이 있고 시인 마다 세밀하게는 스스로의 시풍이 있어 그것이 독자에게 감동적일 때 그 시인은 추앙을 받지요. 디킨슨의 경우는 낭만주의의 숲이 무성한 그 시대에 고독하고 고통 하는 삶을 결코 외면하지 않는 단순한 시적 표현의 진실을 압축했음에 있다 할 까요 시대의 변천과 복잡성 비극적 사회상에 따라 시의 다양한 발전과 더욱 복잡한 시적 형식을 접하고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문학사적 흐름이지만. 그러나 시인의 시에서 무엇보다 그의 삶과 그것이 배경으로 이뤄진 진실을 표착할 수 있을 때 그 시의 문학사적 표현은 빛난다 말할 수 있다 하겠지요.
이번 달에는 최근 시집을 상재한 이한나 시인의 시짐출판을 축하하며 잠시 그 분의 시세계를 조명해 볼까 하네요. 자신의 삶을 자연에 빗대어 투명한 시선과 감성으로 삶을 부드럽게 표현한 이한나 시인의 시세계를 돌아보며 시인은 결코 시에서는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그 원본을 기쁘게 표착하며 그의 시, ‘2월의 눈’을 드려다 보겠어요.
<눈이 내린다/바다 건너 소식처럼/눈은 검은 수묵화로 폭폭 내린다//굵은 붓 자국 지나간/여백 같은 거리/꼼짝없이 벗은 가로수 가지들이/침묵에 잠겨있다/건너 집 작은 거리에 어른거리는/노란 백열등은 심해의 물고기 눈동자 같다....> 그는 여기 눈이 오는 날의 풍경에서 시작하여 심해의 물고기의 눈동자 같다고 자연스레 끌고 가고 있어요. 그러나 무엇보다 그는 시가 되지 않는 안타가운 열정을 ’그런 시 하나‘에서 시에 대한 갈증을 조용히 호소하여 독자를 끌고 있음을 볼 수 있어요. <그런 시 하나/찾아왔으면/오래 만나지 못한 그리운 이 찾아오듯/똑,똑, 내 잠긴 문 두드리며 올 수 있을까,/물결을 거슬러 송사리 떼 올려오듯/ 언덕너머 마을로 내려오는/햇살처럼, 그렇게 시가 찾아올 수 있을까,/소리 없이 다가와/푸른 보리 밭,/하얀 억새풀/가만히 눕히고 가는 바람/내게도 일렁이는 그런 시 하나 불어왔으면,/ .....//> 그가 두드리는 시의 갈증과는 달리 악지스럽지 않는 가벼운 언어의 운율이 독자를 동감케 하네요. 그의 시는 수체와 같이 유화와 같이 인생과 자연을 해석하는 방법이 그가 가진 기독교 정신이 자연을 쉽게 병용하고 있음이. 억지스럽지 않고 평탄한 리듬의 맑은 서정이 리얼하게 구체화를 이루고 있다하겠어요. 젊은 2세들을 위해 영시까지 곁들인 그의 첫시집 출판을 여러분들과 함께 다시 축하하고 싶네요. 저의 졸시 하나....
내가 슬픔으로
내 나이가 고독하므로
깊은 숲속 수백년 살아온
참나무가 더 매끄러워지고
탄탄한 살이 슬픈 빛으로 물들어지고
그러나
나는 나무가 아니다, 한다
나무가 아니어서
내 영혼의 향기는
네가 아니면 맡을 수 없다, 한다
네게로 가지 않아도
나는 두 팔을 치올려
참나무 수천의 가지(枝) 되어
너를 우러른다
바람 불지 않아도
바람이 없어도
너는 바람 자체이며
모든 존재의 으뜸이므로
(‘ 두 개의 시’ 2. 너는 바람. 곽상희 작) - 2018 여름이 가는 길목에서 씀
상기의 시를 가지고 국내 어떤 시인은 ‘ 하늘을 우러러 시인의 가슴 속에 가득 찬 그리움이 미학을, 간구라는 절제된 경건의 속살을, 마침내 언어의 근육으로 승화시켰다는 간평을 했지만 시가 되지 않는 달이 지난 후 어느 날 제 영혼에는 날개 없는 갈증과 함께 더 낮게 그 분에게 내려가야겠다는 내 영혼의 갈증이 시에 대한 그리움이 되어 (아니, 그 반대이겠지요) 결국 시가 되었다 할까요.
시인의 시의 출발은 주변의 사소한 것, 시인 자신의 감정에서 출발하여 공통분모의 너른 밭으로 흘러넘치는 그 흐름의 방향에 따라, 시인의 인성(개성)에 의존하여 시의 성향은 달라진다 할까요.
처음 작은 점 같은, 아니 실낱같은 물점 하나가 마침내 땅을 비집고 나와 시내물이 되어 흘러가는 다양한 주변을 상상해 보세요. 거기 그 시인의 시각과 그가 보는 시선에 반응하는 가슴과 그것들을 시화(구체화)시키는 그의 손끝.....여기 시의 성패가 달리게 된다고, 오늘은 이런 것으로 우리 회원들과 전에 한 작은 대화를 되돌아보며, 여러분의 기억을 되살리는 마음에서, 샬롬, 아듀!
-being confident of this, that he who began a good work in you will carry it on to completion until the day of Christ Jesus -Phi.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