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5.05 15:33

걸어다니는 옷장

조회 수 221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걸어다니는 옷장


                                                                 이 월란




그녀의 옷장엔 색색가지의 운명이 걸려 있어
그녀는 매일 운명을 갈아 입지
아침마다 야외 무도회에 나가듯
새로운 가면을 망토처럼 온 몸에 두르고 나간다는데
그녀가 새로운 변장을 서둘러 총총 사라지고 나면
쇠털같은 세월로 짠 쥐색 카디건
트인 앞자락에 누군가의 눈동자같은 단추가 쪼르르 눈을 감고
낙엽의 천으로 지은 바바리 서늘한 가을바람 소릴 내지
건드리면 바스라지는 노목의 진 잎처럼
추억의 조각천으로 꿰매진 자리마다
몽친 실밥덩이 애가 말라 비죽이 나와 있고
꼭 끼는 옷일수록 그녀는 차라리 편했다는데
이 넓은 세상이 꼭 끼지 않던 순간이 언제 있었냐고
저 헐렁한 지평선도 내 몸에 꼭 끼는 옷의 솔기였을 뿐
그래서 봄타듯 여기저기 늘 근질근질하였다고
봉합선이 튿어진 자리마다 낯뜨거운 맨살의 기억
씨아질 하듯 목화솜처럼 흩날리면
벽장 속에서도 혼자 노을처럼 붉어져
말코지에 걸린 모자 속엔 말간 기억도 자꾸만 좀이 쓸고
날개가 퇴화되어버린 벽어 한 마리 질긴 씨실에 갇혀 있지
널짝같은 그 옷장엔 흰 옷이 자꾸만 늘어
수의가 흰색이었지, 아마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291 수필 김우영의 한국어 이야기- 7 김우영 2014.05.11 430
290 비포장도로 위에서 강민경 2015.08.10 431
289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01 431
288 불청객 강민경 2011.04.20 432
287 아름다운 노년 설계를 위하여 이승하 2007.04.07 433
286 여고행(旅苦行) 유성룡 2005.11.26 434
285 오래 앉으소서 박동일 2006.05.11 437
284 모래의 고백<연애편지> 강민경 2014.06.22 438
283 야자나무 밤 그림자 강민경 2011.11.06 439
282 몸이 더워 지는 상상력으로 서 량 2005.02.07 440
281 바다가 보고 파서 1 file 유진왕 2021.07.26 440
280 물레방아 강민경 2006.07.22 442
279 송장 메뚜기여 안녕 박성춘 2007.09.04 442
278 수필 김우영의 "세상 이야기" (1)생즉사 사즉생( 生卽死 死卽生) 김우영 2015.01.12 442
277 무서운 여자 이월란 2008.03.26 443
276 황선만 작가 7번째 수필집 팬 사인회l 김우영 2012.05.12 445
275 수필 [김우영 한국어이야기 4]모국어 사랑은 감옥의 열쇠 김우영 2014.03.18 446
274 흔들리는 것들은 아름답다 황숙진 2008.07.02 447
273 전구 갈아 끼우기 서 량 2005.12.18 450
272 꽃망울 터치다 김우영 2012.11.01 450
Board Pagination Prev 1 ... 95 96 97 98 99 100 101 102 103 104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