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6.29 06:54

금잔디

조회 수 347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금잔디 / 강민경


산책길에 만난
잡초 한 포기 섞이지 않은
잘 다듬어진 금잔디를  
푸른 비단 같고 양탄자 같다고 생각하는데,
나도 보아 달라는 듯
높은 담장을 상큼 넘어온 황금색 고양이
햇살을 끌어안고 푸른 품이 좋은지
배를 들어내고 사타구니에서부터 목 언저리까지
혀끝을 돌돌 말아 올리며 털 옷 다듬다가
느닷없이 곁에 있는 나무 둥치를 끌어안고
발톱을 들어내어 긁는다. 타다다닥, 타닥, 투드득

식물이나, 짐승이나, 사람과 더불어
서로 피땀 쏟아 생명을 나눈
애증 같은 푸른 두께의 포근함이 좋아서
엉덩이를 맡기는데 옷 속을 파고드는
금잔디에 숨겨진 저항
고양이의 발톱처럼
금세 섬뜩하고 날카롭습니다

생명을 지키며
제 사연대로 살고 진다지만
본의 아닌 선택을 자족하면서
본능은 언제 어디서나 그리움입니다
서로에게, 감사하는 마음으로도 어쩔 수 없는
보이지 않는 푸른 핏자국이 있습니다
태양 바라기 하는 땅의 것들은
뽑히고 꺾이며 다듬어지는 순간에도
숨겨 놓은 비밀 하나씩은 드러내지 않습니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434 白서(白書) 가슴에 품다 강민경 2017.02.16 119
433 고난 덕에 강민경 2017.01.02 119
432 2017년 4월아 하늘호수 2017.04.26 119
431 시조 빛, 문을 향하여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13 119
430 행운幸運의 편지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2.25 119
429 시조 사월과 오월 사이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4.21 119
428 시조 독도 -춤사위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7.21 119
427 시조 코로나 19-이 시대의 나는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9.14 119
426 추태 강민경 2012.03.21 118
425 볶음 멸치 한 마리 / 성백군 하늘호수 2020.09.29 118
424 빛의 일기 강민경 2018.11.15 118
423 허리케인이 지나간 후 / 필재 김원각 泌縡 2019.06.25 118
422 늦깎이 1 유진왕 2021.07.29 118
421 시조 메타버스 독도랜드 (Metabus DokdoLand)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1.16 118
420 진짜 부자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11.30 118
419 4월, 꽃지랄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3.05.09 118
418 대청소를 읽고 박성춘 2007.11.21 117
417 당뇨병 강민경 2016.05.12 117
416 난해시 / 성백군 하늘호수 2019.06.18 117
415 좋은 사람 / 김원각 泌縡 2020.02.16 117
Board Pagination Prev 1 ... 88 89 90 91 92 93 94 95 96 97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