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2.26 14:33

광녀(狂女)

조회 수 162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광녀(狂女)


                                                                             이 월란





이 많은 위태한 진실들을 딛고도 우린 당당히 서 있는데
그녀는 발이 빠졌다
이 많은 거짓들을 상식이라 우린 유유히 흘려 보냈는데
그녀는 붙들고 놓아주지 못한다
깃털처럼 가벼워지고, 보헤미안처럼 정처없어진 사랑에
우린 잠시 가슴 절였을 뿐인데
그녀의 달아난 가슴은 평생 돌아오지 않는다
고막을 찢는 온갖 소음들 사이를 방음고막을 가진 우리들은
조용히 걸어가고 있는데
그녀는 불협화음이라 손가락마다 피가 맺히도록 조율하고 있다
우린 <돈이 전부가 아니야>라며 돈만 열심히 헤아리고 있는데
그녀는 <돈이 전부일 때가 더 많았어>라며 열심히 마음만 헤아리고 있다
잊을 것들, 잊지 말아야 할 것들, 다 잊은척 우린 충실히 무대를 누비는데
그녀는 잊을 것들, 잊지 말아야 할 것들,
하나같이 잊지 못해 오늘의 대본조차 잊어버렸다
삶의 시작과 끝을 마주 들고 서 있다면 살짝 미치는 것이 도리일진대
우린 도리를 잊어버리고 자꾸만 독해지는데
그녀는 도리를 다 해야만 한다고 삶의 시작과 끝을 바꿔버렸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854 정월 강민경 2012.01.28 134
1853 정원에 서있는 나무 강민경 2009.01.20 298
1852 정용진 시인의 한시 정용진 2019.05.17 225
1851 정신분열 박성춘 2007.10.28 283
1850 정상은 마음자리 하늘호수 2017.03.05 183
1849 정독, 인생길 / 성백군 하늘호수 2023.09.05 279
1848 시조 점촌역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1.05.19 198
1847 절제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2.03.24 129
1846 절규 성백군 2012.05.16 197
1845 전지(剪枝) 성백군 2007.01.18 209
1844 전자기기들 / 성백군 하늘호수 2018.12.11 174
1843 전령 1 file 유진왕 2021.08.06 102
1842 전구 갈아 끼우기 서 량 2005.12.18 450
1841 적폐청산 / 성백군 하늘호수 2018.08.10 113
1840 적토(積土) / 성백군 하늘호수 2024.07.09 13
1839 저녁별 이월란 2008.03.25 162
1838 저, 억새들이 성백군 2008.11.20 152
1837 저 흐느끼는 눈물 - 김원각 泌縡 2020.02.27 70
1836 저 환장할 것들의 하늘거림을 이월란 2008.03.22 195
1835 저 하늘이 수상하다 성백군 2014.08.07 282
Board Pagination Prev 1 ...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