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겨울 시멘트 바닥에 누워보면 / 천숙녀
불면을 베고 눕는 자리 젖은 슬픔 배어있다
골골이 찢긴 가슴 울음 밟고 일어설 때
지독히 매운 고추는 장독에서 삭고 있지
말없는 세상에 들어 말문을 잃었어도
침묵의 행간 사이 말문이 트고 있어
동여 맨 매듭이 풀려 가얏고를 뜯는 손
토혈吐血 같은 한恨 맺힘은 속 바닥 깊이 긁어내고
지우지 못한 설움은 도르래가 감아올려
지친 몸 마음 세운 뒤 초목으로 청청하길
찬 겨울 시멘트 바닥에 누워보면 알게 되지
희미한 등촉 꺼진 밤이 얼마나 춥고 적막한지
곧은 뜻 편지함에 담아 새 생명生命 씨앗 뿌리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