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10월 숲이
단풍 들었네요
올 한 해 잘 살았다고
울긋불긋 고운 옷 입었네요
언덕 위 거친 억새도
세월에 길들어 하얗게 철이 들고
힘 자랑하던 땡감도 부끄러움을 알았는지
성긴 잎 사이로 얼굴을 붉히고
사나운 밤송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벌린 입 다물지도 못하고,
그러다가는 이빨 다 빠지고 합죽이가 되겠습니다만
상관할 일은 아니지요
차려놓은 밥상 먹기도 전에 내 갈까 봐
제 밥 챙기기도 바쁜 달인데
감사할 일입니다
오뉴월 가뭄에 말라죽고
칠팔을 장마에 떠내려가고
이래저래 이 땅에 살기가 쉽지 않은데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이지요
열매 맺은 모든 것들은 그 열매가 하찮을지라도
하늘에 드리는 제사, 제단 위의 제물입니다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상쾌하고, 바람과 햇볕을 의지하여
나는 큰 대자로 땅바닥에 누워
파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헤아립니다
천제는 이렇게 드려야 하는 것처럼
눈을 감아 봅니다
637 - 10272014
시
2014.11.07 16:16
10월의 제단(祭檀)
조회 수 204 추천 수 1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1055 | 시 | 비굴이라 말하지 말라 | 성백군 | 2014.10.01 | 183 |
1054 | 시 | 겨울 素描 | son,yongsang | 2015.12.24 | 183 |
1053 | 시 | 꽃 앞에 서면 | 강민경 | 2018.05.11 | 183 |
1052 | 시 | 바람산에서/강민경 | 강민경 | 2018.08.13 | 183 |
1051 | 시조 |
빨래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1.28 | 183 |
1050 | 시조 |
이제 서야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4.14 | 183 |
1049 | 고향보감(故鄕寶鑑) | 유성룡 | 2005.11.23 | 182 | |
1048 | 세상 살아 갈 수 있는 여기는 | 김사빈 | 2007.06.04 | 182 | |
1047 | 나와 민들레 홀씨 | 강민경 | 2012.10.04 | 182 | |
1046 | 시 | 5월, 마음의 문을 열다 | 강민경 | 2017.05.18 | 182 |
1045 | 시 | 지상에 별천지 | 강민경 | 2019.09.23 | 182 |
1044 | 거울 | 유성룡 | 2006.04.08 | 181 | |
1043 | 주시 당하는 것은 그 존재가 확실하다 | 박성춘 | 2011.10.25 | 181 | |
1042 | 사랑의 멍울 | 강민경 | 2013.05.27 | 181 | |
1041 | 시 | 길 잃은 새 | 강민경 | 2017.06.10 | 181 |
1040 | 시 | 대낮 하현달이 | 강민경 | 2020.05.22 | 181 |
1039 | 시조 |
두엄 / 천숙녀
![]() |
독도시인 | 2021.03.27 | 181 |
1038 | 시 | 늦가을 억새 / 성백군 1 | 하늘호수 | 2021.12.08 | 181 |
1037 | 나의 가을 | 강민경 | 2011.12.22 | 180 | |
1036 | 시 | 낙엽단상 | 성백군 | 2013.11.21 | 18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