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의 제단(祭檀) / 성백군
10월 숲이
단풍 들었네요
올 한 해 잘 살았다고
울긋불긋 고운 옷 입었네요
언덕 위 거친 억새도
세월에 길들어 하얗게 철이 들고
힘 자랑하던 땡감도 부끄러움을 알았는지
성긴 잎 사이로 얼굴을 붉히고
사나운 밤송이는 뭐가 그리 좋은지 벌린 입 다물지도 못하고,
그러다가는 이빨 다 빠지고 합죽이가 되겠습니다만
상관할 일은 아니지요
차려놓은 밥상 먹기도 전에 내 갈까 봐
제 밥 챙기기도 바쁜 달인데
감사할 일입니다
오뉴월 가뭄에 말라죽고
칠팔을 장마에 떠내려가고
이래저래 이 땅에 살기가 쉽지 않은데
살아있다는 것만 해도 축복이지요
열매 맺은 모든 것들은 그 열매가 하찮을지라도
하늘에 드리는 제사, 제단 위의 제물입니다
햇볕은 따사롭고
바람은 상쾌하고, 바람과 햇볕을 의지하여
나는 큰 대자로 땅바닥에 누워
파란 하늘에 떠도는 구름을 헤아립니다
천제는 이렇게 드려야 하는 것처럼
눈을 감아 봅니다
637 - 10272014
시
2014.11.07 16:16
10월의 제단(祭檀)
조회 수 204 추천 수 1 댓글 0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2277 | 시 | (동영상시) 어느 따뜻한 날 One Warm Day | 차신재 | 2016.12.01 | 74755 |
2276 | 화가 뭉크와 함께 | 이승하 | 2006.02.18 | 2364 | |
2275 | 시 | (낭송시) 사막에서 사는 길 A Way To Survive In The Desert | 차신재 | 2016.02.25 | 1958 |
2274 | 불러봐도 울어봐도 못 오실 어머니 | 이승하 | 2010.08.26 | 1556 | |
2273 | 희곡 | 다윗왕가의 비극 -나은혜 | 관리자 | 2004.07.24 | 1440 |
2272 | 봄의 왈츠 | 김우영 | 2010.03.03 | 1434 | |
2271 | 희곡 | 다윗왕과 사울왕 -나은혜 | 관리자 | 2004.07.24 | 1429 |
2270 | 가시버시 사랑 | 김우영 | 2010.05.18 | 1406 | |
2269 | 리태근 수필집 작품해설 | 김우영 | 2010.07.11 | 1343 | |
2268 | 김천화장장 화부 아저씨 | 이승하 | 2009.09.17 | 1313 | |
2267 | 아버님께 올리는 편지 -이승하 | 관리자 | 2004.07.24 | 1294 | |
2266 | 플라톤 향연 | 김우영 | 2010.02.24 | 1237 | |
2265 | 김우영 작가의 산림교육원 연수기 | 김우영 | 2012.06.25 | 1220 | |
2264 | 중국 김영희 수필 작품해설 | 김우영 | 2011.06.18 | 1198 | |
2263 | 우리 시대의 시적 현황과 지향성 | 이승하 | 2005.02.07 | 1164 | |
2262 | 코메리칸의 뒤안길 / 꽁트 3제 | son,yongsang | 2010.08.29 | 1153 | |
2261 | 미당 문학관을 다녀 오면서 | 김사빈 | 2010.06.23 | 1087 | |
2260 | 돌아가신 어머니, 아버지가 남긴 편지 | 이승하 | 2011.04.30 | 1083 | |
2259 | 노벨문학상 유감 | 황숙진 | 2009.10.11 | 1083 | |
2258 | 잊혀지지 않은 사람들 | 박동수 | 2010.07.26 | 106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