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終身) / 성백군
수평선에 걸려있는 낙조(落照)는
우리들의 어머니입니다
평생을 자식 위해 다 써버리고 이제
더 줄 것이 없자 미련없이 떠나려 합니다
누가 태양 빛이 빨갛다고만 하던가요
누가 태양 빛이 뜨겁다고만 하던가요
마지막 가시는 길이 저리 순한데
지나가는 구름, 들여다보다 남은 힘마저 다 빨아들이고
속이 뒤집어져 벌겋게 드러나 보이네요
약삭빠른 갈까마귀 떼들은
부스러기라도 주워 먹겠다며 잔양(殘陽)을 물고 하늘을 날아가요
날갯죽지에 도금했나 봐요. 반짝반짝 빛이 나네요
점잖다는 화물선도 속을 다 비우고 오느라고 늦었는지
새들의 꼬리를 잡고 구름 사이를 뚫으면서 급했나,
뚜 뚜 경고음을 울리네요. 내 몫은 남겨놓으라고
그렇지만 낙조(落照)는 말이 없어요. 바보천치일까요
아니어요, 어머니는 사랑이니까
당신의 아이들에게 마지막 목숨까지 헌신하는 거예요
야금야금 먹히면서 끝까지 얼굴 한번 붉히지 않으시고
종신(終身)이란 이름으로 와서 제 욕심만 채우려는 자식들에게 정말
종신(終身)자식 되게 해 주시네요
찰칵찰칵 낙조를 찍어대는 사진사들
저들은 어머니의 마음을 알까
어느 화려한 전시장에 오래오래 걸렸으면 좋겠습니다
영원히 종신(終身)할 수 있도록
135 - 04152006
번호 | 분류 | 제목 | 글쓴이 | 날짜 | 조회 수 |
---|---|---|---|---|---|
415 | 시 | 4월, 꽃지랄 / 성백군 2 | 하늘호수 | 2023.05.09 | 118 |
414 | 대청소를 읽고 | 박성춘 | 2007.11.21 | 117 | |
413 | 시 | 당뇨병 | 강민경 | 2016.05.12 | 117 |
412 | 시 | 난해시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6.18 | 117 |
411 | 시 | 좋은 사람 / 김원각 | 泌縡 | 2020.02.16 | 117 |
410 | 시 | 크리스마스 선물 1 | 유진왕 | 2021.07.14 | 117 |
409 | 시조 | 오늘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10.18 | 117 |
408 | 시조 | 독도칙령기념일獨島勅令紀念日이어야 한다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10.25 | 117 |
407 | 시 | 각자도생(各自圖生)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6.01 | 117 |
406 | 시조 | 독도, 너를 떠 올리면 / 천숙녀 2 | 독도시인 | 2021.01.23 | 116 |
405 | 시 | 꽃잎이 흘러갑니다 / 성백군 | 하늘호수 | 2023.05.02 | 116 |
404 | 시조 | 코로나 19 – 그루터기 / 천숙녀 | 독도시인 | 2021.08.30 | 116 |
403 | 시 | 탄탈로스 전망대 | 강민경 | 2018.03.02 | 116 |
402 | 시 | “말” 한 마디 듣고 싶어 | 박영숙영 | 2018.08.22 | 116 |
401 | 시 | 소망과 절망에 대하여 | 강민경 | 2018.12.05 | 116 |
400 | 시 | 7월의 꽃/ 필재 김원각 | 泌縡 | 2019.07.26 | 116 |
399 | 시 | 계산대 앞에서 / 성백군 | 하늘호수 | 2019.09.19 | 116 |
398 | 시 | 세상사 | 강민경 | 2020.01.01 | 116 |
397 | 시 | 다시 찾게 하는 나의 바다여 - 김원각 | 泌縡 | 2020.05.25 | 116 |
396 | 시 | 동심을 찾다 / 김원각 | 泌縡 | 2020.10.03 | 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