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년의 삶 / 성백군
언제 보아도
저 산 밑 숲 동산은 한결같다
햇빛 들면 초록이 반짝반짝 눈부시고
흐린 날일수록 잎들이 더욱 싱싱하다
바람 불면 부는 데로 흔들리고
비가 오면 오는 대로 맞는다
나무들이라고 천재지변이 왜 두렵지 않겠냐만
피할 마음이 없으니
태자리가 붙박인 자리가 되었나 보다
손, 발, 팔, 다리, 다 있다고
자랑할 게 없다
사람 한평생을 이리저리 뛰며
이 짓 저 짓 다 해 보았지만
남는 게 고집과 욕심과 회한과 늙음뿐이니
뒤돌아보면 삶이라는 게
다 농담 같다
이제는, 살 만큼 살았으니 피하지 않겠다
다시는 세월에 속지 않겠다
발 다리가 뿌리가 되고, 손 팔이 잎이 되어
햇볕도 받아먹고, 바람에 순응하며, 후회 없이
순리대로 편안하게 자연으로 돌아가는 연습이나 하며
여생을 즐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