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04.25 16:09

흔들리는 집 2

조회 수 368 추천 수 1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흔들리는 집 2


                                                                                                                                                                                                                   이 월란
  




흔들리는 물 위를 사는 배 안엔 어디에나 튼실한 손잡이가 있었다. 어느 평면이나 끝은 모두 돋을새김의 라인으로 마무리가 되어 있었고 사방이 모두 손잡이로 연결이 된 벽이었으며 공간이었다. 식탁의 물잔 속에 잔물결 하나 일지 않는 매끈한 운항이었지만 워낙 몸체가 커서 그런지 동선이 끝이 난 다음에야 내가 전체적으로 약간 기울어져 있었음을 깨닫곤 했었다. 선실 복도를 걷자면 살짝 취한 주정꾼의 귀여운 갈지자 걸음이 느린 사선으로 이어져 웃곤 했었다.



고의적인 어지럼증을 새삼 되새김질 하는 느낌으로 견디다 몸을 누이면, 그제서야 선창 아래 파도가 슬며시 말을 걸어 왔다. 몸속의 뼈들이 모두 푸른 너울이 되어 우뭇가사리처럼 흐물흐물 녹아내리면 파도가 슬며시 올라와 몸을 섞었고 내장들이 은근슬쩍 자리를 바꾸는 묘한 쾌감이었다. 단단한 땅 위에서도 우린 자주 속이 뒤틀려 간이 붓는다든가, 쓸개가 빠져버린다든가, 오장육부가 뒤집히는 삶의 멀미를 자주 느껴오지 않았던가.
  


동전만한 멀미 방지용 살색 패치를 귓불 뒤에 붙이고 승선하듯 가슴 한귀퉁이쯤에 멀미 방지용 파스 하나쯤은 붙여두어야 하지 않았던가. 어느 순간 우리가 발디딘 대지가 약간 기울어져 있음을, 그래서 우린 지금도 미끄러져 내리고 있음을 인정해야 했고, 흔들림을 멈출 수 없는 이 생의 공간에서도 손잡이가 필요했음을 넘어지고 나서야 깨닫지 않았던가. 끝없는 욕망에 끝을 맺어야 하는, 영원을 갈구하는 두 손으로, 시간의 한계 위를 외줄처럼 타는 우리에게도 저 십자가같은 손잡이 하나쯤 걸어두어야 했음을. 하선하는 그 날을 위해.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1914 지식인의 말 안경라 2007.09.28 472
1913 아웅산 수지 여사의 가택 연금이 풀리기를 갈망하며 이승하 2007.09.28 512
1912 祝 死望-나는 내 永魂을 죽였다 James 2007.10.02 392
1911 하나를 준비하며 김사빈 2007.10.06 211
1910 부남 면 대소리 뱃사공네 이야기 김사빈 2007.10.06 590
1909 사랑. 그 위대한 힘 JamesAhn 2007.10.06 501
1908 죽을 것 같이 그리운... James 2007.10.12 178
1907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James 2007.10.14 409
1906 암벽을 타다 박성춘 2007.10.14 209
1905 비 냄새 강민경 2007.10.21 256
1904 그 나라 꿈꾸다 file 손영주 2007.10.28 267
1903 정신분열 박성춘 2007.10.28 283
1902 그대에게 손영주 2007.10.29 276
1901 우리들의 시간 김사빈 2007.10.30 179
1900 인간의 성격은 자기의 운명이다 황숙진 2007.11.01 558
1899 개인적 고통의 예술적 승화 황숙진 2007.11.02 186
1898 눈망울 유성룡 2007.11.05 113
1897 나룻배 강민경 2007.11.09 156
1896 산국화 유성룡 2007.11.14 262
1895 virginia tech 에는 김사빈 2007.11.14 141
Board Pagination Prev 1 ...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