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4.10 18:48

풍성한 불경기

조회 수 215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풍성한 불경기/강민경

 

 

         시간을 아끼려고

 뒷문으로 나와 걷는데

 길 위에 뒹구는 아기 머리통만 한

 석류 몇 개, 쩍 벌어진 틈으로 보이는

 홍 보석 같은 붉은 알이

 입안 가득 군침을 돌게 한다

 

 울 밖으로 뻗은 나무에

 가지가 휘도록 버려져 있는 석류가

 수확 시기를 넘긴 듯 틈을 가르고

 금방 쏟아져 나올 듯, 급한 것을 보면서

 내가 주인이라면

 벌써 따다가 석류 주라도 담았을 텐데

 조바심 내는 내 마음을 알아챘는가!

 새들, 가지에서 가지로 옮기며

 즐기는 사랑의 키스라니! 주둥이가 벌겋다

 

 저들에겐 불경기를 모르는 풍성함인데

 사람들은 불경기라면서도

 새들에게 혹은 다람쥐에게는 후한 것을 보면

 굶주리는 불경기가 아니라 풍성한 불경기다

 

 떨어진 석류 몇 개 중에서 못생기고

 작은 것 하나를 도로 그 자리에 남기며

 예다 이것도 너희가 먹으렴 하고, 돌아서는

 내 선심에 아랑곳하지 않는

 새들은 내 풍성한 불경기엔 관심도 없다    

 

   


List of Articles
번호 분류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950 구심(求心) 유성룡 2007.06.06 214
949 아름다운 비상(飛上) 이월란 2008.05.01 214
948 바람에 녹아들어 강민경 2008.06.09 214
947 바다에의 초대 file 윤혜석 2013.08.23 214
946 내 몸에 단풍 하늘호수 2016.06.06 214
945 행복하다 / 필재 김원각 泌縡 2020.01.11 214
944 2021년 12월의 문턱에서 / 성백군 1 하늘호수 2021.12.21 214
943 그래야, 허깨비가 아니지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9.21 214
942 왕벌에게 차이다 성백군 2012.06.03 215
941 40년 만의 사랑 고백 성백군 2013.06.26 215
940 나비 그림자 윤혜석 2013.07.05 215
939 낙화.2 정용진 2015.03.05 215
» 풍성한 불경기 강민경 2015.04.10 215
937 나뭇잎에 새긴 연서 강민경 2016.07.16 215
936 춘신 유성룡 2007.06.03 216
935 등외품 성백군 2014.01.06 216
934 회귀(回歸) 성백군 2014.03.25 216
933 잃어버린 밤하늘 / 성백군 하늘호수 2022.05.25 216
932 시조 찔레 향기 / 천숙녀 file 독도시인 2022.02.13 216
931 마음자리 / 성백군 2 하늘호수 2022.02.15 216
Board Pagination Prev 1 ... 62 63 64 65 66 67 68 69 70 71 ... 114 Next
/ 1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