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화(李貞華)
내가 사랑하는 소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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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참으로 많은 소리들이 있다.
아름다운 음악 소리와 지저귀는 새소리를 비롯하여 자동차의 경적 소리, 기차가 울리는 기적 소리, 경쾌한 피아노 소리, 부드러운 바이올린 소리 등과
요즈음 한창 유행하고 있는 핸드폰의 벨소리등 세상에는 이루 말할 수없이 많은 소리들이 있다.
그 많은 소리들 중에는 우리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는 소리가 있는가 하면 우리들의 귀를 괴롭게 하는 소리들도 있다.
그렇게 많고 많은 소리들 중에서 나는 음악 소리와 새소리를 특히 좋아한다.
음악이라면 여러가지 쟝르가 있겠지만 내가 좋아하는 음악은 클래식 음악이다. 클래식 음악 중에서도 바이올린 협주곡을 나는 특히 좋아한다. 물론 나는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를 전혀 연주하지는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바이올린의 선율을 좋아하고 참으로 사랑한다.
바이올린의 선율은 우울한 마음을 기쁨으로 바꾸어 주고, 무엇인가에 쫒겨서 안절부절하는 마음을 침착하고 평안한 마음으로 정리해 준다. 바이올린의 선율을 듣고 있으면 내 마음 속에는 잔잔한 평화가 강물처럼 흐르고 나는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인이 되어 있곤 한다.
삶이 지치고 고단할 때 잠시 인생의 항해를 멈추고 클래식 음악의 물결 속에 나 자신을 온전히 던져 본다. 비록 자주 고장나는 싸구려 녹음기일지라도 그 속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의 물결은 나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고도 남음이 있는 것이다.
요즈음은 컴퓨터에서 좋아하는 음악을 마음대로 들을 수 있으니 참으로 편리한 시대가 된 것같다.
나는 또한 새소리를 사랑한다.
그 작은 몸으로 철없이 날아다니며 경쾌하게 지저귀는 참새 소리와
날마다 우리들에게 반가운 소식이 왔음을 기대하게 해주는 부지런한 까치 소리를 나는 사랑한다.
비록 참새가 지극히 평범하고 인기없는 새라 할지라도 나는 참새의 단순하면서도 소박한 소리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그 작은 몸으로 어쩌면 그렇게도 밝고 경쾌한 소리를 낼 수 있는지,
참새를 볼 때마다 나는 늘 신기하다.
나는 또한 어린이들의 해맑은 웃음 소리를 사랑한다.
시냇물이 흘러가는 소리와 나뭇잎이 떨어지는 소리와 봄비가 내리는 소리를 나는 사랑한다.
가을날 고궁의 뜨락을 거닐때 발밑에서 서걱거리며 뒤채이고 있는 낙엽들의 한숨 소리를 나는 사랑한다.
낙엽들은 이제 바싹 마른 몸으로 잠시 후면 한줌의 흙으로 돌아갈테지만 그들은 죽기전까지 자신의 몸을 온전히 불살라서 메마른 땅위를 얼마나 아름답게 만들어주고 있는가!
나는 또한 사랑하는 사람의 목소리를 사랑한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고 싶어도 만나지 못할 때, 오랫동안 주고 받던 편지마저도 더이상 위안이 되지 않을 때, 갈 수 없는 나라에서 불현듯이 그에게서 걸려오는 한통의 전화는 마치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얼마나 달고 시원하던지...
가는 전선줄을 통해서 들려오던 그의 목소리는 햇살처럼 따스했고 노을처럼 아름다웠다. 그의 목소리에는 비록 거친 사막의 모래 바람으로 피곤이 묻어 있었을지라도 그의 목소리는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으로 안개꽃처럼 아련히 젖어 있었다.
그 모든 소리들 중에서 나는 새벽 종소리를 가장 사랑한다.
오래전에 교회에서 새벽마다 울리던 새벽 종소리를 지금은 들을 수 없지만
나는 아직도 새벽 종소리를 잊을 수 없다.
나의 마음이 하늘을 향하여 열려 있던 그때, 닫혀진 세상을 향하여 나의 영혼을 두드리면서 한없이 맑고 투명한 음색으로 울려퍼지던 새벽 종소리를.
2004-04-27 03:19:43 / 220.78.96.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