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2.25 19:43

낡은 공덕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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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 가는 길목에 비석
그 서 있는 자리가 밭둑이 되었습니다
막돌이 수북이 쌓인

눈비 바람 다 맞고
한쪽 귀퉁이가 떨어져 나가기까지
서 있기가 너무 힘들어
여기저기 버짐 꽃이 피었습니다

알지도 못하는 일들을
알아도 별볼일없는 일들을
제 것도 아닌 남의 일들을 제 몸에 세기고
몇백 년을
눕지 못하고 고생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저녁 그림자 길게 늘어 떨이고
고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서
편히 쉬고 싶어서
막돌이 되고 싶어서
시간을 가늠하며 인내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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